앞으로 며칠 후면 설이다. 매해 명절마다 여성들만이 겪는 병이 있다. 이른바 ‘명절증후군’. 아마도 이런 특이한 병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알려져 있듯이 ‘명절증후군’은 명절만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 명절을 전후로 하여 겪어온 스트레스 경험들로 인해, 다양한 스트레스 증상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성 질환의 하나다. 명절이란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 되어야 할 날이건만, 여성들에게만은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귀향 전쟁’으로 겪는 기본적 스트레스 외에 며칠 동안 겪어 내야 할 강도 높은 가사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와, 남성중심적 대가족제도 하에서 이루어지는 제사 준비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를 두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
우리 사회는 부모가 자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문 밖의 사람들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금기가 강하다.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는 가정 내 아동학대와 근친성폭력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저와 동생은 큰엄마(아버지의 아내)와 배다른 언니 오빠들로부터 SOS에서 나올듯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온 동네에, 학교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맞고 맞고 또 맞고. 제 비명소리 시끄럽다고 입 틀어막고 때리고. 전 어릴 적 내가 이리 학대 받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다 알고 온 학교사람들이 다 아는데 아무도 남의 가정사라고 저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거. 그게 가장 몸서리치게 무서웠습니다.” 37세 여성 A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집에서 겪었던 끔찍한 폭력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