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51) 인류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올여름은 유별났다. 햇빛이 필요한 시기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때 아닌 불볕더위가 덮쳤다. 광복절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그동안의 경험이 무색했다. 기후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동안, 내 몸은 변덕스러운 일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8월말의 예기치 못한 더위로 나는 온몸에 시뻘건 두드러기가 돋는,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열 알레르기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새벽, 한밤중의 기온이 떨어져서 알레르기의 고통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아직도 한낮 더위가 기세등등해서 외출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도서관도 문 닫기 직전, 한밤중에만 잠깐 들를 뿐, 될수록 집에 있는 책을 골라 읽는다. 아니, 날씨를 핑계로 책을 ..
동생이 놀러 온 김에 꽁치를 구웠다. 우리 집 식단에서 육고기 요리가 떠난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생선을 포함한 해산물은 가끔씩 상에 오르기도 한다. 특히 손님이 오는 날이면 그렇다. 물고기도, 문어도 고통을 느낀다 고향이 바닷가라서 그런지, 어린 시절 고등어, 꽁치 같은 생선은 우리 집 단골 메뉴였다. 또 가족들이 특별한 날 외식을 할 때면 거의 어김없이 횟집을 찾곤 했다. 평소 생선을 좋아했지만, 횟집 가는 일만은 참으로 싫었다. 아직 목숨이 붙어 살아 꿈틀거리는 생선을 마주대한 채 도저히 그 살을 삼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번, 회를 즐기는 가족들 곁에서 불편한 자리를 지키면서 어서 빨리 식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회를 전혀 먹지 못하던 나도 그같은 환경 속에서 자라서인지, 성인이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