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죽음연습] 11. 나이듦을 바라보는 시선 의 저자 이경신님의 새 연재 ‘죽음연습’. 필자는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나는, 늙고 있다 “노년의 고통을 느껴야 하는 운명의 순간까지 질질 끌려온 것 같다. 나는 거울 속에서 쭈글쭈글한 할망구의 얼굴을 본다. 결국 이렇게 늙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짜증스러운 병, 고통,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 흉한 모습으로만 가득한 노년의 여정을 밟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 -미셸 스파이더 (아고라, 2006) 하루에 두 번 정도 거울을 볼까? 세수할 때나 잠깐 거울 앞에 서 있으니, 내 얼굴을 바라볼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② 듬성듬성해진 텃밭을 한 바퀴 휘 돌며 고랑에 가득한 잡풀을 뽑다가, 나는 규모가 작은 감나무 아래 이랑에 쪽파 구근을 심기로 한다. 두 개의 두둑 중 한 곳엔 이미 지난여름에 심은 당근 20여 포기가 쌉쌀한 향기를 내뿜으며 연한 주홍색 어깨를 넓혀 가고 있다. 떨어지는 감 폭탄을 견뎌내면서도 놀랄 만큼 잘 자라준 당근을 곁눈질해 가며, 나는 그 옆 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쪽파를 심는다. 늦어도 일주일 후면 싹이 올라오고 늦가을이면 파란 줄기가 제법 뾰족해지다가 겨울을 넘기면서 마침내 달고 매운 제 맛을 내리라. 그러고 나면 뽑히고 다듬어져 밥상에 오르겠지. 그럼 그다음은? 이 자리엔 또 어떤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게 될까? 오직 사람만 없는, 집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