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과 세계여성의날 사이, 기억해야 할 여성들[페미니스트의 책장] 곰밤 『이 세상에 만약 남자가 업다면』 곰밤 저 『이 세상에 만약 남자가 업다면』(뉴트미디어, 2019) 표지 “이 세상에 만약 남자가 업다면”이라는 책 제목에서 맞춤법이 어색한 건 1929년 2월 1일 잡지 에 실린 여성주의자 허정숙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단발 여성이 열 손가락에 꼽힐 때’ 주세죽, 고명자와 함께 과감히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백주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물놀이를 하던 그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 세상에 남자가 업고 여자만 산다 하야도 우리 생활상에는 하등 문제가 업슬 것이다. 현재 사회제도나 경제조직으로 보면 여성은 남성의 지배와 보호를 밧지 안으면 살지 못할 것 갓지만은 만일 남성이 모도 업서지고 여..
나혜석의 마지막 독백 이상경 “인간으로 살고 싶다”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편지자 주 아이야, 너는 나보고 가지 말라고 하는구나. 그 말에 나는 무춤하게 서서, 그렇게 또랑또랑 큰소리로 말하는 너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게 된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그 요철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세상이 완연히 굴곡질 터인데, 내 귓가에는 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나보고 ‘바보, 등신 아줌마’라 하였느냐. 네 말이 옳다. 나는 바보요, 등신이다. 이렇게 침을 흘리고 팔다리를 비틀거리며 기우뚱거리며 일어나 움직이는 모습이 네 눈에는 필시 천치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내 몸 껍데기만 주시하여 볼 뿐, 그 아래에서 생동하여 움직이는 영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