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세계의 언어 찾기 아픈 몸에 대한 세상의 무지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feminist journal 일다 ILDA 건강 안부를 묻는 질문에 답하며 새해다. 어느 때보다 건강 안부를 많이 묻고 나누는 시기. 친구들이 조심스럽게 요즘 건강은 어떤지 묻는다. 나는 예전보다 확실히 괜찮아졌다고 했다가, 이내 안 괜찮다고 답한다. 적절한 설명을 하지 못 하고 자주 헤맨다. 결국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친구들은 질문한 걸 무척 미안해하고 자책한다, 그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내 몸, 내가 경험하는 이 세계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질병을 경험한다는 것 ⓒ이미지: 조짱 아픈 사람이 자신이 경험하는..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8) 죽어가는 자와 함께 하는 지혜 어머니가 죽음의 바다를 헤엄쳐 다닐 때, 어머니를 지켜보는 우리도 어머니와 함께 헤엄쳐 다닌 것이다. 어머니의 바다를. 그리고 어머니는 떠났다. 하지만 나는, 나는 아직도 그 바다를 헤엄쳐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데이비드 리프, 어머니의 죽음, 9장)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도 넘었을 때였다. 난 비로소, 구석 깊숙이 처박아 둔, 어머니의 일기장을 꺼내들 용기가 났다. 아쉽게도 일기는 몇 편 되지도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글씨체는 늘 산뜻해서 아름다웠는데…… 시력이 약해져 어둠을 가르고 쓴 탓인지 맥이 빠진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 속에서 내 이름만큼은 또렷이 구분해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