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침묵의 순간을 지키고 싶다 일부러, 없는 시간을 쪼개서 짬을 냈다. 굳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이동의 불편함도 감수했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때문이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도 ‘말’ 없이 진행된다고 하니, 그 궁금함이 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도원 안에서는 수행자의 발걸음 소리, 찬송 소리, 또 수도원 밖에서는 천둥, 번개, 비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릴 뿐, 수행자의 침묵수행으로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영화적 분위기를 더하는 배경음악과 같은 별도의 효과도 없었다.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침묵한 채 관람에 집중했지만, 영화관 안은 자잘한 소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통화하는 소리, 코고는 소리, 기침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
지금 이 순간에도 집밖의 자동차소음은 끊이질 않는다. 거실 창을 모두 닫고 실내에 앉아 있는데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머릿속이 소란스럽다. 하지만 도시생활의 성가신 소음이 어디 자동차 소음뿐이겠는가. 난 정적을 비용으로 도시에 자리잡은 것이다. 소음의 홍수에 빠진 도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도로를 면하고 있다. 날씨가 추울 때는 거실 창뿐만 아니라 베란다 창까지 꼭꼭 닫아두고 지내니까, 자동차 소음도 견딜만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기온이 오르면 더위 때문에 베란다의 창이란 창은 활짝 열어두고 살 수밖에 없다. 특히 화초들에겐 원활한 통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접도로를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인데,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자동차소음을 애써 무시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