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리로 풀어낸 이주노동자 이야기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한승석&정재일 “아마, 아마, 메로 아마 I, II” 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 연재.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의 운영진입니다. 평소에는 무심히 듣던 곡이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때릴 때가 있다. 그 뜻을 예전엔 잘 몰랐던 걸까, 늘 듣던 음악인데 갑자기 가사가 들리고 눈물이 난다. 음악을 듣다 울게 된 것도 참 오랜만이다. 익숙함이 낯설게 다가오는 그 순간을 경험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그리고 이 곡은 잊고 있던 예민함을 상기시켰다.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을 설명할 때 ‘익숙함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을 종종 쓴다. 어쩌면 오늘 이야기할 ‘죽음’이라는 것 역시, 익숙함과 ..
굿이 곧 삶이고, 삶이 곧 굿이로구나 www.ildaro.com 다큐멘터리 영화 굿을 처음 본 것은 1998년, 스물세 살 무렵이었다. 그해 홍익대 앞, 지금의 자리에 공연예술 극장 가 개관을 했고, 극장 앞 피카소 거리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든 개관 기념 공연이 열렸다. 그 공연의 정점을 찍은 것은 황해도 만신 이해경의 등장이었다. 혈관을 요동치게 하는 풍물 가락에 몸을 싣고, 이해경 만신은 화려한 원색의 무복들을 여러 차례 바꿔 입으며 ‘신들린’ 무대를 펼쳤다. 무대 아래 숨죽인 이들에게는 마치 천 길 낭떠러지처럼 보였을 작두 끝에 그녀가 올라선 순간, 객석의 환희는 경이로 바뀌었다. 염색머리에 귓바퀴에는 주렁주렁 피어싱을 매단 ‘홍대패션’으로 치장한 젊은 여성의 입에서 ‘굿이 최고다’, ‘끝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