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그 후③ 모 신문에 밀양의 ‘죽음 퍼포먼스’를 우려하는 내용의 사설이 실렸다. 구덩이를 파고 목줄을 걸어놓는 밀양의 퍼포먼스가 “공사가 강행되면 올가미에 목을 걸고 시신을 무덤에 내려놓으라는 선동과 압박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가뜩이나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시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따라 배울까 겁부터 난다”고 했다. 생명에 대한 교육관(?)이 투철한 이 사설이 말한 대로, 사람 죽는 것은 큰일이다. 심지어 “내가 죽어야 송전탑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일흔 넘은 노인이 목숨을 끊은 기억을 가진 밀양에서 죽음은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그런데도 밀양 주민들은 765kv송전탑을 세울 거면 ‘나를 죽이고 해라’ 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퍼포먼스’로 보이는 행위를 한다..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27) 태풍이 지나간 다음 도서관 건물 옆 길바닥에 스트로브 잣나무가 동강난 채 누워 있었다. 지난 태풍 ‘곤파스’의 흔적이다. ‘곤파스’는 온 동네 나무들을 거침없이 훑고 지나갔지만, 그 어떤 나무보다 스트로브 잣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도서관의 나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몸집에 비해 뿌리가 너무 빈약해서 세찬 바람을 견뎌내지 못한 탓일까? 벌써 태풍이 지나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도서관 주변 곳곳에는 쓰러지고 부러진 나무들이 아직도 작은 무덤처럼 쌓여있다. ‘곤파스’가 나무에게만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 우리 동네를 지나갈 즈음에는 이미 힘을 많이 잃어 더는 강한 태풍이 아니었지만, 거리의 간판을 떨어뜨리고 창문을 박살내고, 지붕을 날려 보내는 등 도시 전체를 불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