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스무살 여연의 공상밥상 (14) ‘감 호떡’의 은은한 단맛 홈스쿨링과 농사일로 십대를 보낸, 채식하는 청년 여연의 특별한 음식이야기. 갓 상경하여 대도시 서울의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스무살 청년의 음식을 통한 세상 바라보기, 좌충우돌 실험 속에서 터득한 ‘여연표’ 요리법을 소개합니다. www.ildaro.com ▲ 하늘은 높고 나무들은 누렇게 변해가고 황금빛 벼가 논바닥에 눕는 가을은 아름답다. © 여연 가을은 아름답다. 해는 빛나지만 공기는 차갑고, 하늘은 높고 파랗다. 나무들은 누렇게 변해가고, 풀들은 씨앗을 남기고 서서히 말라 스러져간다. 논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벼는 하나 둘씩 베어져서 한 다발씩 가지런히 줄을 지어 논바닥에 눕는다. 가을은 열매의 계..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21) 자연의 색과 함께 하는 일상 새벽 나절, 한차례 세찬 비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비 그친 뒤, 이런 날 문 밖을 나서면 어김없이 연초록빛 동그란 땡감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해서 감알이 자그맣다. 이번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얼른 감을 주워든다. 지난 해 감을 줍지 못했던 탓일까……. 태풍을 피해 갔던 작년에는 감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한겨울에도 주홍색 감이 가지가 부러질 듯, 악착같이 대롱거렸다. 잎을 잃고 눈밭에 선 주홍빛 감나무가 얼마나 낯설었는지,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수년 전부터 여름 행사처럼 해오던 감물염색을 한 해 거를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봄부터 ‘여름이 오면 꼭 감물염색을 해야지’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