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9)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는 서서 밥을 먹는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듯이 국 대접에 말아놓은 밥을 한 숟가락 퍼 넣고 움질거리는 동안 일거리를 찾는다. 몇 번인가를 물었다. 엄마 왜 그래. 무슨 밥을 그렇게 먹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서서 먹는 밥이 편하다는 엄마가 천덕스럽게 보였다. 논둑에 번지는 개망초 한 움큼을 캤다.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쑥이며 냉이까지 범벅이 되게 캐서 담았다. 실 가닥 같은..
‘윤춘신의 생활문학’ (8)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출렁대는 양은주전자 주둥이로 막걸리가 찔끔거린다. 흙먼지 내려앉은 무릎을 타고 종아리를 거친 막걸리가 고무신에 고인다. 양조장 지붕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뛰다시피 걸었다. 땟국물이 흐르는 찐득거리는 검정 고무신에 한 모금 나도 한 모금. 신작로 한길 가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양은주전자를 내려놓고 쉬어가는 참이다. 고무신 가득 흙을 퍼 담아놓고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왕자표 운동화에 새겨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