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잘 어울리는 사람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경미언니 어쩌다보니 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2학년이 되면서 2주간 농가 실습을 가게 되었다. 학교의 오랜 전통이었다. ‘때는 이 때다’ 하며 집과 가장 먼 곳으로 가려하는 아이들에게 경미언니 집이 있는 해남은 인기였다. 그때 나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덕분에 경미언니와 만나게 된다. ▲ 땅과 잘 어울리는 사람, 경미언니 © 박푸른들 농가 실습 선생님이던 경미언니를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언니를 만나자 그때 기억이 어슴푸레하게 나를 감쌌다. 한여름 땀을 진탕 흘리고 누우면 찬 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두껍고 단단한 흙집, 까만 밤길을 걸어 잘 짜인 판잣집 문을 열고 들어가 앉으면 큰 창에 별이 한 가득 떠 있던 화장실, 배고플 때마다 풀에 휘감겨..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스무살 여연의 공상밥상 (3) 감기를 이겨내는 죽과 차 제도교육에서 벗어나 홈스쿨링과 농사일로 십대를 보낸, 채식하는 청년 여연의 특별한 음식이야기가 연재됩니다. 갓 상경하여 대도시 서울의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스무살 청년의 음식을 통한 세상 바라보기, 그리고 그 좌충우돌 실험 속에서 터득한 ‘여연표’ 요리법을 소개합니다. www.ildaro.com 온몸이 따뜻해지는 고소한 달걀죽 한 그릇 몸이 아프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탈이 난 건지, 온 몸이 따끔따끔하고 머리가 빙빙 돌고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아침이 다 지나갈 때까지 누워만 있었다. 눈을 뜨면 방 천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어질어질하고, 편두통이 너무 심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