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드모델입니다 그녀는 누드모델이다. 스케치 룸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스케치 연필이나 목탄, 수채화 물감, 파스텔 등을 책상 위에 펼쳐놓는다. 그녀도 천천히 중앙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가운을 벗는다. 전문 모델로서 그녀가 취하는 자세는 다양하다. 그때마다의 약속에 따라 그녀는 단 옆에 서 있거나 한쪽 무릎을 세우고 단 위에 앉아 있거나 혹은 다리 하나를 앞으로 내밀고 활처럼 등을 구부린 채 엎드려 있다. 두 다리를 길게 옆으로 모으고 2단으로 쌓은 쿠션에 팔 하나를 기댄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계를 맞춰놓고 사람들은 제각각의 표정으로 스케치에 몰두한다. 그들은 집중해서 오랫동안 그녀를 본다. 해부학적 탐색과 미학적 포착의 진지함이 눈에서 손으로, 다시 손에서 눈으로 흐르며 어떤 동..
에드워드 루시-스미스 여신, 님프, 혹은 고대 로마나 오리엔트의 백일몽 속에 있는 존재. ‘누드’라고 하면 통상 성적인 측면이 강조된 이상화된 여성의 몸을 떠올리기 쉽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페미니즘의 영향이 커지면서 미술계에서 여성의 누드는 논쟁적인 주제로 떠올랐다. 즉 많은 연구자들이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미술사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다시 쓰면서, 역사의 뒤로 사라진 여성 예술가들의 작업을 발굴하는 한편 미술의 전통적인 작업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누드가 여성의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나아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사회적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알려지게 된다. 또한 미술계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소수자 그룹들이 수용되면서, 성적 존재로 이상화된 여성 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