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그날 독후감 일곱 개 다 쓰고 잤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예슬이가 말했다. “일곱 개를 다? 정말 대단한데!” 내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그렇죠! 아마도 전 천재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내가 봐도 그래. 예슬이는 천재임에 틀림없어! 참, 수진이 지난 주에 못 나온 게 혹시 방학숙제 때문?” “그건, 아닌데…….” 지난주에는 수진이가 오지 않아, 지민이, 예슬이와 수업을 했었다. 아래층에 살고 있어, 할머니께서 직접 올라오셔서 수진이가 오늘은 뭘 하느라고 공부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알려주신 터였다. 난 이유는 묻지도 않고 알겠노라고 대답을 드렸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예슬이가 내일이 개학이라는 사실과 독후감 숙제를 오늘 내로 일곱 ..
지난 1월 말, 눈이 엄청나게 쌓인 하천변을 서둘러 나가 본 것은 순전히 눈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이후 이렇게 눈이 많이 쌓인 길을 걸어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더욱 설레고 들뜨고 했다. 그러다 문득, 눈싸움을 하자고 졸랐던 원영이 생각이 났다. 작년 겨울, “선생님! 눈이 저렇게 많이 왔는데, 눈싸움은 하셨어요?” 원영이는 들어서자마자 내게 물었다. “눈싸움? 아니!” 그 대답에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눈싸움을 못하셨다니! 그럼, 있다가 공부 끝나고 우리 눈싸움하러 가요.” “…….” 거기에 별 대답이 없자 그녀는 재차 대답을 요구했고, 너무 심하게 조르는가 싶어 딱 잘라 안 한다고 거절했더니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눈싸움은 어렸을 때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허리를 깊이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