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눈물 교사가 되자마자 바로 담임을 맡았다. 교사의 상에 대한 고민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서른 명이 넘는 학생들이 나의 ‘관리’ 하에 놓였다. 막막함. 며칠 후 한 학생이 무단결석을 했다. 불러서 얘기를 했지만, 또 결석을 했다. 그리고는 가출을 했다. 아주 아주 막막함. 겨우 학교에 오게 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싫은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학교에서 해 주지 못한다는 것. 대부분의 학생들과는 달리, 꿈이 명확한 그 학생에게는 도무지 필요가 없는 과목들이 너무나 많았다. 졸업장을 따기 위해, 사회에 나가서 부적응자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참아야만 하는 3년이 그 학생에게는 상당 부분 시간낭비였다. “이 학교에 있으면 안 되겠네.” 나의 말..
근친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리 프랑스 보트의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희선 이자벨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스물세 살 여성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피난민 수용소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수용소의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베트남을 탈출해서 중국 해를 건너던 중 해적을 만나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홀로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로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눈앞에서 가족들이 해적에게 살해되거나 폭행당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그 기억을 마음속 깊이 비밀로 간직한다. 가족이 없기 때문에 이름만 기억할 뿐 성을 잃은 아이들에게, 이자벨은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아버지가 준 성을 버렸다. 아버지의 성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웅진주니어)은 아버지에게 열한 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