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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계약직, 그 불안한 줄타기는 언제까지?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12. 16. 12:04

[일다] 계약직, 그 불안한 줄타기는 언제까지?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실과 미래(3) 작성 : 황현숙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4차 개정으로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민간단체들의 고용평등상담실은 그동안 여성노동자들의 실질적 보호장치로 기능해왔으며,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사회에 고발하는 창구역할을 해왔습니다. 일다는 여성노동자회와 함께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통해 IMF 경제 위기 이후 후퇴 일로를 걷고 있는 여성노동의 현실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필자 황현숙님은 현재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비정규직은 '기본노동권' 상담이 가장 많아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일자리 자체가 불안하게 된 것은 이제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들이 당면한 문제이다. 특히 여성들은 취업자 3명 중 2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 월급, 복지는 뒷전이고 언제 그만두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노동자로서 가질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외면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본다.

  

▲ 기본 노동권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루는 것에서 열악한 비정규직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느티
 
계약직으로 대표되고 파견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비정규직은, 현재 일하는 여성 중 67%를 차지한다. 그런데 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상담(2009년)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38.6%이다. 이러한 차이는 정규직에 비해 권리찾기에 대한 기대가 적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례별로 보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계약해지나 해고, 임금체불, 부당행위 등의 근로조건 관련 사안이 72.3%, 직장내 성희롱 상담이 12.0%, 임신,출산,육아권 관련 상담이 8.3%, 성차별 상담이 5.5%로 나타났다.
 
이렇듯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계약해지, 해고 그리고 임금체불 같은 기본노동권 상담이 주를 이루는 것은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는 열악한 여성비정규직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신분제도 - 비정규직
 
“학교 사서인데 1년 마다 계약서를 써요. 작년에 재계약할 수 없다고 했다가 어렵게 재계약이 되었어요. 올해는 예산확보가 어렵다며 또 재계약이 어렵다고 하는데요, 계약직은 해마다 이렇게 시달려야 되나요?”(2009년 상담사례, 29세)
 
“시청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데 곧 근무기간이 2년이 되요. 12월말까지가 계약기간인데도 7월말일자로 갑자기 그만 두라는 통보를 받았어요. 그래도 계약기간까지는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2009년 상담사례, 시청 의료급여관리사)
 
일반적으로 1년 단위로 계약서를 다시 쓰는 계약직은 여성노동자로서 그 존재자체가 불안하다. 높은 임금, 좋은 복지, 성평등…… 이런 것들은 뒷전이고 이번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이 될는지가 걱정이다. 심지어 계약기간조차 지키지 않거나 무급으로 쉬라는 경우조차 있어 약속된 기간조차 불안하기도 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설움이 커 ‘비정규직은 신분제도’라는 말도 생겼다.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정식 직원과는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온전한 직원조차 되기 못하는 존재 자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정규직 여성의 목소리가 높다.
 
무기계약직 되어 기뻤지만 임금차별은 그대로
 
“9년 근무했는데 거의 해마다 계약서를 다시 써서 그 때가 되면 불안했어요. 그런데 이젠 무기계약이 됐다고 해서 우리도 정규직처럼 대우받나 했죠. 그런데 여전히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하고는 월급이 달라요. 기간제법에서 정규직하고 차별이 있으면 차별시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무기계약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고 하는데……”(2009년 상담사례)
 
이 내담자는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계약이 되면 정규직이 된다는 말에,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처럼 무기계약이 되었다고 해도 정규직 대우가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낀 ‘중규직’이 되어 그 차별이 여전하다는 호소도 상담실에 접수되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해고의 수단이 되기도
 
“97년부터 일했는데 매년 계약하는 형식으로 일해 왔어요. 그런데 비정규직법에 의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올해 7월 전에 회사를 그만두라네요. 게다가 실제 근로계약서는 ‘02년부터 썼기 때문에 그 이후 근무분만 퇴직금을 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 같은 계약직은 회사에서 근무기간 까지도 멋대로 조작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면서 만든 법 때문에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하니 너무 억울해요.” (2009년 상담사례)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비정규직의 경우 새로 근로계약서를 쓴 후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면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사업기간이 정해진 일 등의 예외가 아니면 계약직, 시간제, 파견직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런데 이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에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 법 때문에 회사 측에서 무기계약을 회피하고자 노동자에게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비정규직법이 ‘보호법’이 아니라 오히려 ‘족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률 37%에 불과
 

“가사간병 교육을 받고 병원에 나가 일하고 있어요. 재계약기간인데 담당자가 간병인들에게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월 114만원을 주겠다고 하네요. 전에는 105만원을 받았지만 그래도 고용보험에는 가입했었거든요.”(2009년 상담사례)
 
고용보험은 고용인원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그 가입이 의무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여성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37%(2009.8월 기준)에 불과하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고용보험에서조차 비정규직 여성들 3명 중 2명은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저임금 아르바이트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시급 3,700원 받아요. 그래도 서울에서 알바하면 최저임금은 준다고 하는데, 여기 강릉은 4,000원 주는 곳도 드물거든요. 최저임금 지키라고 하면 짤릴 거 같아 말도 못하고 있고 다른 데 옮겨도 마찬가지라기에 그냥 다니지만 왠지 억울해서요……” (2009년 상담사례)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많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의 경우 최저임금조차 안 되는 저임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2009년 시급기준 최저임금은 4,000원, 2010년은 4,110원, 내년에는 4,320원에 불과한데도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몇 년을 일해도 딱 최저임금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다는 여성들은 ‘내 존재, 일의 가치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호소했다.
 
법적 한계 속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
 
"4년 동안 근무해 오다가 2월 말에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어요. 이번에 재계약하면 비정규직법 때문에 정규직화해야 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거였어요. 신규채용에 기존 근무자는 지원도 못하게 하는 거예요. 정규직화해야 된다면서요. 그런데 법적으로 구제신청한 것은 졌지만, 고용평등실 도움을 받아 학교측과 협상으로 재계약하고 무기계약이 될 수 있었어요!“(2009년 상담사례, 학교 도서관 사서)
 
“입사할 때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형식적인 거고 정규직이나 마찬가지니까 열심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가 어렵다며 그만두라는 거예요. 노동부에 알아보니까 계약기간이 끝나면 법으로도 어쩔 수가 없다는데……”(2009년 상담사례, 1년 근무)
 
위 첫 번째는 고용평등상담실에서 20번 가량의 상담과 지원조치를 통해 재계약, 무기계약을 확보해낸 사례이다. 이 경우는 당사자의 의지는 높았으나 법적인 구제절차에서 졌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법을 악용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협상을 이끌어내 계속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사례는 법적인 사각지대라는 현실의 벽을 넘기 어려웠던 것이 한계로 남았다.
 
불안한 줄타기는 이제 끝내야
 
비정규직보호법이 있다지만,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에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 또한 여전히 많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업무에서는 비정규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채용되는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또한 이미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인식과 관행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이 법을 지키도록  고용노동부 등이 실질적인 지도·감독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반이 성별에 따라, 사업장의 크기에 따라, 학벌에 따라, 고용형태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사회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민간여성단체 15개가 운영해 온 고용평등상담실은 지난 10년간의 상담 창구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호소에 함께 울고 웃으며 권리찾기와 법·제도를 바꾸는 일에 매진해왔다. 앞으로도 이 발걸음에 기꺼이 함께 해나갈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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