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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장애여성과의 만남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11. 5. 11:50

   장애여성 몸 이야기      ⑱ 긍정하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악녀평크 
 
 
이전 세대의 중증 장애인들이 껴안아야 할 편견의 무게는 지금보다 더 컸을 것이다. 외출 한 번에 감당해야 할 몸 고생보다, 편의시설도 활동보조인 제도도 없던 때에 장애인 가족이 원하는 만큼 외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는 가정부터 일단 드물었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장애인의 이동권이 전보단 나아진 지금도, 나이 든 중증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하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보기 힘들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절친 버섯돌이가 만나고 온 48세의 장애여성 타흐타항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기라고 상황이 크게 달랐던 것 같지 않다. 지금은 혼자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지만, 그녀도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장애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요청에 "딱 맞는 사람이 있다"는 대답과 함께 소개받은 타흐타항 씨. 아래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급진적이고 선진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위에서 얘기했던 편견에 맞서 보글보글 자신의 삶을 살아낸 그녀의 이야기이다.
 
※ 이 인터뷰는 프랑스 앙제(Angers)시 Comite de Liaison des Handicapes - CLH (장애인 관련 업무 관리 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인터뷰 진행 및 번역 : 버섯돌이/정리: 악녀펑크).
 
 

▲ 프랑스에서 만난 장애여성 활동가 타흐타항 씨.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Francoise TARTARIN(프랑소와즈 타흐타항), 48세, 독신, 뇌성마비 장애여성으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활동보조인과 함께 외출한다. 언어장애가 있지만 읽고, 쓰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으나 신체적인 한계로 공부를 끝낼 수 없었기에 현재는 무직이다. 직장생활이 힘든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국가 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으로 학교나 사설기관을 돌며 장애인의 경험이나 현실을 알리는 자리에 서기도 한다.
 
-많은 장애여성들이 사회에서 무성으로 취급받곤 합니다. 스스로를 "여성"으로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타인'들에게 그런 벽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벽은 벽일 뿐, 내 주변인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있고, 소통할 수 있으니 '타인'의 시선은 내게 중요치 않다. 다만 아이들을 좋아하고 여성적인 취미생활(재봉)을 할 때면 내가 '여성'적이구나 라고 느낀다.
 
-스스로 '장애'여성임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선천적인 장애여서 그런지, 내 성격이 그런지는 몰라도  이동거리, 교통수단, 생활의 불편함은 내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애로 인해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스스로의 몸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혹시 장애가 없는 몸을 상상해보신 적은 없나요?
 
내 경우, 내 몸은 '내 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몸에 맞게 바지 길이나 간격을 조정해서 입는다. 아주 화려하게, 예쁘게 꾸미진 않더라도 알맞게 맞춰 입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굳이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내가 '나'인 이상 무엇이 더 중요하겠는가? 이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아름다움을 찾건, 찾지 않건 간에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리라 본다. 하지만 내게 장애가 없는 몸을 상상해본 적이 있느냐 묻는다면... 비장애인으로 아이를 가진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아이를 갖는 건 잘 상상이 안 되지만, 비장애인이라 상상한다면 아이를 가진 몸이 내겐 제일 아름다워 보인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경험담이나 생각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많은 장애여성이 연애나 결혼을 기피하기도 하고, 결혼, 출산, 육아에서 차별과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을 많이들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프랑스에서도 굉장히 터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장애인으로서의 경험을 말하러 갈 때면 간혹 이런 질문이 나올 법도 한데, 다들 눈치만 보고 이런 얘길 잘하지 않는다(웃음).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워낙 폐쇄적인 분들이라 부모님께 숨기고 몰래 연애를 했고, 불행히도 남자친구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나도 결혼하고 아기도 낳았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싱글맘이 터부가 되지 않는데, 아이러닉하게도 얼마 전에 내 친구인 장애여성이 싱글맘이 되니 모두들 충격을 받더라. 중도장애인 한 친구는 자기 아이들과 산책할 때 사람들이 "아이 부모님들은 어딨어요?"라고 묻는 게 장애보다 더 큰 괴로움이라고 얘기할 정도니까, 이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장애인끼리 결혼할 경우, 둘 다 휠체어를 탄다면 아이 유모차나 그 밖의 여러 도구, 환경적 요인 등이 아기를 가지기를 꺼리게 만들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이라면, 주위 사람들이 비장애인 배우자가 장애인 배우자의 돈을 노리고 같이 산다거나,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이 아닌 동정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장애인의 사랑은 비장애인들의 편견에 짓눌리기 십상이다.
 
간혹 아이를 다섯이나 낳은 장애인을 보면 비장애인들은 불가능하다고들 하는데, 사실 불가능한 게 아니라 안하는 것뿐 아닌가?(웃음)
 
-장애여성으로서의 경험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타흐타항 씨 본인은 모르겠다고 대답했으나, 활동보조인은 "긍정적인 사고"와 "겸손함"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타흐타항 씨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고유의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결국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한국에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2차장애(원래의 장애 이외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새로 얻게 된 부차적 질병이나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중도장애인들이 운동하는데 굉장히 열정적이라는 건 알고 있다. 프랑스가 장애인 올림픽에서 메달을 굉장히 많이 따지 않는가(웃음).
 
프랑스에서도 보통 건강이나 체력 관리적 차원에서는 운동보다는 물리치료를 많이 하고, 이마저도 주로 과체중의 장애인이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 저체중이라 해당이 안 된다(웃음).
 
친구 중 하나는 장애인에게 스포츠가 또 다른 구속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집, 운동, 운동을 위한 몸만들기라는 사이클을 벗어나지 않는 장애인도 많으니까. 개인적으론 장애인 스포츠클럽 같은 데 등록하지 않고 편하게 다니는 게 더 좋다.
 
-한국에선 장애로 인한 신체적 콤플렉스나 여러 교통수단의 불편으로 외출을 꺼리는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출하길 좋아하신다면, 어떤 외출을 주로 하시나요?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면 누구나 외출하길 꺼릴 것이다. 나는 내 몸이나 상황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다, 그리고 사소한 불편함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막지는 못한다. 나는 여행이나 등산도 너무 좋다. 봄, 여름이면 내 친구들과 함께 등산용 휠체어를 타고 하루 코스 등산을 하기도 하고 간혹, 며칠간 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산을 타기도 한다. 혼자서 영화관 가는 것도 좋아하고(웃음) 물론 쇼핑도 좋아한다(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언어장애 때문에 오랜 시간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그녀에게, 감사의 표시로 버섯돌이는 화가 육심원 씨의 "의자공주" 노트를 선물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타흐타항 씨와 닮았다.
 
버섯돌이는 CLH의 담당자에게도 프랑스의 장애인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초적인 생활 보조금이나 시설, 혜택은 프랑스가 한국보다 다소 나아도 인식 면에서 갈 길이 먼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부에선 새로운 공약을 많이 내놓지만 실질적으로 지원금은 별로 없고, 시민들 사이에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의 평등의식 수준은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장애아동의 경우도, 한국이나 프랑스나 부모들의 교육수준과 교육열이 장애아동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부모의 학력과 교육열이 높은 경우가 아니면 부모들은 장애아동이 시도조차 하기 전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식이라고. 요즘 프랑스 장애인정책의 화두는 통합교육으로, CLH의 활동 포커스도 자연스러운 통합교육과 평등교육이라고 한다.(악녀펑크)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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