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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술, ‘본인’만 원하면 뭐든 오케이? 
 
어느 날 자신이 아버지가 아닌 모르는 이의 정자에 의해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지난 달 20일, 일본 도쿄에서는 부모 외에 ‘제3자의 정자나 난자를 이용한 생식기술’에 대해 생각하는 모임이 열렸다. 전국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AID 출산, 아이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아
 

AID로 태어난 사람들의 자조그룹 ‘DOG'가 제작한 책자

23세 때 AID(제3자의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30대의 A씨. 부모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사실을 알려준 후에도 어떻게 해서든 이 화제를 피하려고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부모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생식기술을 아이가 수긍할 수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술 후 태어난 아이와 가족에 대한 추적조사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떳떳이 AID를 시행할 수 있는지 의료진에게 묻고 싶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AID가 시행된 것은 1948년이다. 사회적인 논의나 성찰도 없이, 60년 이상 행해져 왔다. 현재도 이 기술로 매년 100명 이상이 태어난다. 최근에는 제3자의 난자 제공에 의한 출산이나 ‘대리모’도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번 모임은 “제3자가 관여된 생식기술을 생각하는 모임”의 창립모임으로 열린 것이다. 그룹의 구성원은 AID로 태어난 사람과, AID로 부모가 된 사람, 관련 연구자 등이다.
 
모임에서는 AID로 태어난 두 명의 여성과 와타나베 히사코 게이오대학 의학부 교수(소아정신과), 나가오키 사토코 경제학부 교수가 발언했다.
 
비밀이 있는 가족은 정신병리상 위험도 높다
 

와타나베 교수는 생식의료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AID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32세 때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AID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된 40대 여성 B씨는, 현재 결혼해 아이가 있지만 “아이를 낳길 잘한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심신의학과 의사를 찾았지만, 거기선 “AID가 뭡니까”라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마음의 고통을 겪어도 상담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

 
B 씨는 생식기술을 통한 출산이 “불임커플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난 아이, 또 그 아이의 아이까지도 당사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와 B씨 모두, “부모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해도 아이는 뭔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다”고 입을 모았다.
 
와타나베 교수는 “비밀이 있는 가족 내에서 사는 것은 정신병리 상 위험도가 높을 수 있다(하이리스크)”고 경고했다. AID로 태어난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생물학적 경로의 절반을 모른 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고뇌를 짊어진다.”는 것이다.
 
불임치료를 받은 사람에게 심신증이 발병할 확률과,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가질 확률은 평균보다 높다는 사실도 이야기했다. 와타나베 씨는 “의사들은 자신들이 연관되어 있는 의료(기술)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식의료가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하고 사람의 영혼을 죽이지 않으면서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면, 없는 편이 낫다”고 단언했다.
 
‘나는 불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지금 사회에서는 ‘불임’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나가오키 교수

나가오키 교수는 “본인이 원하면 뭐든 해도 좋다”는 식의 사회적 풍조에 경종을 울렸다. “지금 사회에서는 치료를 받지 않는 선택, 즉 ‘불임’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하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는 것. “우생사상과 가부장제, 여성은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불임’의 진정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가오키 씨는 “ ‘AID를 사회에서 받아들이자’ 라고 하기보다 ‘나는 불임입니다’, ‘저에게는 정자가 없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안도감을 느낄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생식기술이 누적되고 있는 문제를 방치한 채 앞으로만 향해 나아가는 것에 반대하고, 제3자가 관여되는 생식기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A씨는 “‘불임커플이나,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는 불쌍하다’고 보는 것과, 기술의 옳고 그름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AID 출생자 자조집단(Self Help Group)을 통해 출생의 경로를 “알 권리를 보장하라”고 지속적으로 말해왔지만, 자신이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제3자가 개입된 생식기술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고 그녀는 털어놓았다.
 
이번 모임에서는 특히 AID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생식기술에 ‘아이의 관점’이 얼마나 결여되어 있었는지 가까이 볼 수 있게 됐다. 불임이나 생식의료를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의 도마 위에 올려 논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일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언론 <페민>의 4월 15일자 기사입니다. 구리하라 준코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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