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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기획: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⑧ 결혼이민자의 체류권

 열두 가지 재밌는 집 이야기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제 삶을 따뜻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성 열두 명이 밀도 있게 들려주는 주거생애사이자, 물려받은 자산 없이는 나다움을 지키면서 살아갈 곳을 찾기 어려워 고개를 떨구는 독자들에게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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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주여성이자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유권자이기도 하다. 언제부터 유권자가 되었냐고? 2012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 국적을 받았다.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한 날로부터 30개월이나 걸렸다. 너무 기쁘고 감격했다. ‘자, 이제 나는 한국 사람이다. 한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한국에서 ‘첫’ 대통령 선거의 기억

 

그해 있었던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내가 뽑고 싶은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설레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았다. 누구를 뽑아야 할까. 주변에 물어보니 많은 이주여성이 대선에 관심이 가지고 있었고 투표를 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공약이 너무 많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얼굴을 보고 착하게 생긴 사람을 뽑거나, 남편이나 시집 가족의 의견을 따라가기 쉬웠다. 더구나 한국은 선거 기간에 후보들이 단일화하거나,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정당의 명칭이 변경되기도 하여 더 헷갈릴 수밖에 없다.

 

당시 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누가 대통령이 되면 조금이라도 이주민들에게의 권익을 보장하고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위치였다. 집으로 온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한국에 산 지 8년 넘고 한국의 정치과 경제에 대해서도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동료에게 정보를 구했다.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궁금한 내용, 누가 이주민과 친근한 후보인지, 누가 뽑히면 이주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말이다.

 

▲ 2019년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 행사에서 왼쪽이 필자 레티마이투(한가은) 씨의 모습.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드디어18대 대선에 투표하러 갔다. 나의 한 표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손에 투표용지에 찍힌 도장을 찍고, 사진 찍어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친구들이 난리 났다. 어땠냐고, 잘 찍었냐 등 서로 이야기하기 바빴다. 어떤 친구들은 페이스북 등 SNS에도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과 도장 사진을 올려 자신의 첫 투표 경험을 자랑했다. 주변 사람들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좋아요’ 눌러 축하해주고, 대통령 선거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처음부터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한국 시민에게는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귀화 이주민에게는 각별한 경험이다.

 

비록 내가 뽑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첫걸음이라고 느껴져서 뿌듯했다. 물론 한국 국적을 받기 전에도 나는 일을 하면서 세금을 내고, 국민이 아니었어도 시민의 의무를 다했지만 말이다.

 

거주민으로서, 노동자로서, 유권자로서 소외되는 이주민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는 세 번째로,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이번에는 덜 설레지만, 책임감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지난 2월 11일, 두레방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20대 대선, 이주여성이 말한다>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아, 대통령 후보자에게 이주민에 관한 정책을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이주민 2백만 명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주민이자, 노동력을 제공하여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이다. 그러나 주요 정당 4곳 가운데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주여성은 물론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 2백만 명의 권리에 대한 언급조차 찾기가 어렵다.

 

▲ 한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혼인을 하지도, 국적을 취득하지도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태국 귀환이주여성과 만나 인터뷰하는 필자(오른쪽) 모습. 2019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조사팀의 귀환이주여성 프로젝트는 책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주여성의 귀환 이후, 한국 사회가 답하지 못한 것들>(오월의봄, 2021)로 발간됐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민 중에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이주민들은 대부분 결혼이주민이다. 국제결혼과 이주의 증가로, 한국 사회에서 나처럼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외국계 한국인’(귀화자)의 수가 이제 적지 않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각 정당과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유권자로서 인식되고 존중받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출입국·외국인정책의 2021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316,729명으로 이 중 한국 국적을 취득한 혼인 귀화자는 148,118명(47%)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53%가 한국 국적이 없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남편과 시집 가족에게 종속되게 만들고, 사회보장권에서 제외시키는 차별적인 정책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나는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 중에서, 꼭 우선으로 달라져야 하는 체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국적 취득을 지연시킨다?

 

나는 2005년에 배우자의 신원보증과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당시만 해도 체류권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다 보니 참 답답한 일이 많았다. 이주민에게는 체류 문제가 제일 중요한데, 언제 내가 이 땅에서 합법적인 거주자에서 미등록자(체류 연장 불가)로 전락할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눈 밖에라도 나면 체류 연장이 안 되지 않을까, 매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체류 연장 신청을 할 때마다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

 

한국에 거주한 지 2년이 되자 영주권을 신청하고 지방선거에 투표할 수 있었다. 나는 베트남 국적자여서, 직장에 다녔음에도 상호주의 정책으로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았다. 어디 가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불편을 겪었다. 영주권을 받고서 한국 국적을 신청했다. 남들은 1년 후면 국적을 취득한다는데 나는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30개월이나 걸렸다. 너무 화가 났다. 한국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남성들의 국제결혼을 지원하고 출산을 독려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녀 유무를 가지고 국적 신청을 어렵게 하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주여성들은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임신과 출산은 이주여성에게도 권리이자 선택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 지난 2월 11일, 두레방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zoom) 토론회 <20대 대선, 이주여성이 말한다>에서 이주여성 활동가들의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결혼이주민들이 한국 국적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러 서류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신원보증과 재산이 3천만 원 이상 있다는 증명이다. 현재 법상으론 배우자의 신원보증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사실상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한국인 배우자가 초청을 할 때 신원보증을 썼으며, 그것이 이주민이 한국 국적이 받기 전까지는 효력이 남아있다. 같이 살고 있어도, 혹은 국적 심사 기간에도,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을 취소해서 체류 연장이 어렵게 되거나 국적 취득이 안 되는 사례들이 있다. 신원보증서를 대신하는 서류로 ‘한국인 배우자의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이 필요한데, 한국인 배우자가 협조해주지 않으면 이주여성이 혼자 국적을 신청하기가 정말 어렵다.

 

또한, 이주여성이 직접 재산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직장이 있다면 재직증명서나 급여내역서 등으로 수입을 증명하면 되지만, 재산 3천만 원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15년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일하면서, 체류권 때문에 마음고생한 수많은 이주여성들을 만났다. 남편이 신원보증을 해주지 않거나 취소, 혹은 재정증명에 협조해주지 않아 한국에 거주한 지 10년이 넘어도 여전히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는 이도 있었다.

 

이처럼 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체류권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에 인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갈등, 심지어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곧바로 대응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혼이주민의 체류권은 한국인 배우자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기 떄문에, 상대 배우자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생기고 있다. 안 그래도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의 삶을 남편에게 의존하도록 만든다.

 

내가 아는 20대 후반 베트남 이주여성은 50대 후반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 한 명을 낳았는데, 남편이 ‘아들을 낳아야 한다’며 강제로 병원에 끌고 가 인공수정을 하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한국 국적이 없기 때문에 이혼하면 자녀 양육권을 가지지 못할까 봐, 앞으로 자녀를 만나지 못할까 봐 두려워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다.

 

한국인 배우자에게 종속되도록 만드는 체류 시스템 바꿔야

 

결혼이주자의 비자는 배우자 유무, 자녀 유무, 사별 혹은 이혼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이혼하거나, 자녀가 없는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차별이 다양한 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혼이민(F-6) 비자의 분류. (출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2 외국인 체류 안내 매뉴얼)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비자 체계는 세 가지 분류에 따라 귀화(한국 국적) 신청 절차도 달라진다.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을 유지하는 경우 면접시험만 통과하면 되지만 이혼, 사별 등으로 혼인을 유지하지 않은 경우는 별도로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중 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해야 한다. 법부무는 필기시험을 대체할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실시하지만, 이도 만만치 않다. 총 5단계로 이뤄지고 최대 500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5개 단계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가정 경제를 책임지며 하루하루 먹고사는데 급급한 상황에 놓인 한부모 이주여성의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리고 노동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시민으로서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한국인 배우자와 동거 여부에 따라 체류 자격이 달라지고 배우자에 의존하도록 하는 가부장적인 정책은 변화되어야 한다. 결혼이주민들이 한국인 배우자에 의해서 체류, 국적 신청 등 삶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진정한 다문화사회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시험이 아닌 이수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귀화 심사 기간도 단축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주민이 안정적 체류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사회보장권 역시 확보될 수 있다.

 

▲ 두레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주최 <20대 대선, 이주여성이 말한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이주여성 정책 요구안” (출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실 나는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더 많은 말을 전하고 싶었다. 결혼이주민들이 친정 부모와 함께 살 수 있는 가족결합권과 이주여성 노동자의 인권 보호, 고용허가제로 한국으로 들어와 소위 3D업종에서 일하는 이주민의 노동권, (추가) 건강권, 사업장 이동권과 안전한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거주권 등, 공공기관의 이주여성노동권 보장, 성착취 피해 이주여성 보호 등. 이상은 지난 <20대 대선, 이주여성이 말한다> 발표회에서 이주여성 활동가들이 제안한 주요 이주여성 정책 요구안이다.

 

※ <20대 대선, 이주여성이 말한다> 자료집 보기 http://wmigrant.org/wp/12388-2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이주민에 대한 ‘평등’ 정책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모든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성차별을 해소하고 사회보장권을 보장하는 정책에서 이주여성을 배제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20대 대통령 유권자이다.

 

[필자 소개] 한가은(레티마이투). 2005년에 한국에 입국하고 2012년에 귀화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생으로 시작해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한국 정치와 이주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아 이주여성 당사자로서 이주여성 인권 현장에서 활동한다.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모두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일다 

 

▶ 애정결핍과 공동의존의 회복 『남은 인생은요?』

 

남은 인생은요?

국계 이민자, 90년생 성sung이 시카고에서 쓴 트라우마 치유 에세이한국과 미국 두 문화를 가로질러 살아가는 세대의 이전에는 없었던 다른 목소리와 놀라운 서사『남은 인생은요?』는 미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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