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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일의 ‘유니버설 영화관’이 펼치는 꿈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21. 10. 18. 08:35

‘시네마 추프키 타바타’ 대표 히라츠카 치호코 인터뷰

 

도쿄 지하철 타바타역에서 걸어서 5분. 시네마 추프키 타바타(シネマ・チュプキ・タバタ)는 객석 20석 정도의 작은 규모이지만, 훨씬 큰 꿈을 등에 업은 일본 유일의 ‘유니버설(보편적인) 영화관’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과 들리는 사람,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 울며 보채는 아이와 양육자, 누구든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 기부자들의 이름이 적힌 잎들로 장식된 ‘유니버설 영화관’ 안에서 히라츠카 치호코 씨를 만났다. 1972년 도쿄 출생. 2001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관람추진단체 시티라이츠 설립. 2016년 시네마 추프킨 타바타 개관. 그 공을 인정받아 일본영화팬클럽상 특별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꿈의 유니버설 영화관>이 있다.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일본 유일’인 것은 상영작 전체에 음성 가이드와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참여를 제한하는 물리적, 정신적, 제도적 장벽을 없애는 것) 자막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대표 히라츠카 치호코(平塚千穂子) 씨와 자원활동 스태프들이 밤낮으로 애쓰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객석 이어폰으로 “넙데데한 얼굴의 남자가”라는 해설을 듣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그때 한 발의 총성이”라는 자막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옷깃이 스치는 희미한 소리만으로도 사람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알아채기 때문에 과도한 해설은 필요 없습니다. 그분들의 입장에 서 보면서 영화의 본질은 ‘상상력’이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영화를 통해 받은 감동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히라츠카 치호코 씨는 20대 후반 즈음, 영화를 통해 구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실직과 이혼이 겹치면서 부모님 볼 면목도 없고, 친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죄책감과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조차 괴로웠던 시기였는데, 어쩌다 훌쩍 영화관에 들어갔어요. 관람객 교체가 없는 클래식영화관이었는데, 세례를 받듯, 다양한 인생을 보면서 조금씩 회복이 되었어요... 죽고 싶은 마음에서 ‘영화관에서 일하고 싶다’로 바뀌었죠.”

 

클래식영화관인 ‘와세다 쇼치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영화 모임에 참여하면서, 채플린의 무성영화 <시티라이트>를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기획이 떠올랐다.

 

▲ <일본 최초의 꿈의 영화 “유니버셜 극장”을 만들어갑니다!> 유뷰트 소개영상 중 youtube.com/watch?v=BDTqh5sEcgo

 

“우선은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듣자”고 생각해 시각장애인과 정안인이 함께 활동하는 극단 ‘코우바코 모임’을 찾아갔는데, 문화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모두들 수다를 좋아하고 말의 속도도 빠른 데다가 언어유희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말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소리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2001년, 시각장애인 대상 영화관람추진단체 ‘시티 라이츠’(City Lights)를 설립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옆에 앉아 귓속말로 화면을 해설했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관람객이 열 명, 스무 명이 되니 해설 소리가 주변에 들릴 수밖에 없었다. 라디오 전파를 이용해 음성해설을 해보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쁨을 나누어 갔다.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타이밍에서 웃었다”며 환호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가슴 미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엄마를 배려해 ‘영화 보고 싶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딸과 함께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신 분이 있어요. 대형영화제작사가 개발한 음성가이드 어플 덕이었죠. 그분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딸에게 ‘그 장면은 어떤 감정이었냐’고 물어보고는, 그런 대화가 가능한 것에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하더라고요.”

 

무리라고 생각했던 일이 가능해진다. 그런 보람 가운데에서 히라츠카 씨 등의 생각도 부풀어 올랐다. “상설관을 만들고 싶다!”

 

영화를 두고 ‘돈’이 아닌 ‘에너지’를 교환하는 영화관

 

시티라이츠 동료들의 기부로 1500만엔, 크라우드펀딩으로 300만엔을 모아 2016년 시네마 츄프키 타바타의 문을 열었다.

 

▲ 일본 유일의 유니버설 영화관 ‘시네마 추프키 타바타’ 웹사이트 chupki.jpn.org

 

풀뿌리 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있다. 역까지 마중을 나가거나, 앉아서 볼 수 없는 분은 2층 사무실에서 누운 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관객들은 “이런 식의 대우를 받는 건 처음인데, 주변 친구들에게 얘기해도 되냐”고 말하며 기뻐한다. 부모와 어린 자녀가 들어가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든 개인실은 감각이 과민한 발달장애인에게도 사랑받는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본다.

 

물론 경영은 쉽지 않다. 기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사업 운영 방식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모두의 꿈을 등에 업고 있으니 그걸 뭉개버릴 수는 없죠.”

 

그 꿈은 자원활동 스태프들의 것이기도 하다.

 

“시티라이츠 동료들은 봉사를 한다기보다 ‘이 영화 재미있으니 같이 보자’는 태도예요. 그런 동등한 관계가 장애인에게도 편할 테고요. 어떤 스태프는 성우의 길을 포기하고 경비 일을 하면서, 그 능력을 자원활동의 장에서 발휘하고 있어요. 그 결과, 질 높은 음성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고, 장애인도 영화에 빠져들 수 있게 되죠. 영화를 가운데 두고 돈이 아닌 에너지를 교환하고 있는 셈입니다.”

 

영화관 내부로 들어서면, 벽을 나무와 나뭇잎으로 장식해서 ‘추프키’(일본 홋카이도의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이 사용하는 언어인 아이누어로 ‘자연의 빛’이라는 뜻)에 감싸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잎에는 기부해주신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 가능해지죠.”

 

사실 히라츠카 씨는 교육학을 전공했다. “이 활동 역시 교육의 일환일지 모릅니다.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얽매여 있던 관념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것,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더욱 살기 편한 사회가 될 것 같아요”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나카무라 토미코 기자가 정리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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