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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레이블과 싸워 권리를 쟁취한 틴-팝스타

[페미니즘으로 다시 듣기] 조조(JoJo)의 파란만장한 모험


틴 팝스타로 음악 인생을 시작해서 소속사와 긴 시간의 법정 공방 끝에 음악가로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한 뒤, 주체로서 성장한 모습을 담아 멋진 정규앨범을 발표하는데 성공한 여성 뮤지션이 있다. 바로 음악가 조조(JoJo)다.


12살에 발표한 조조(JoJo) 첫 싱글 “Leave (Get Out)”(2004) 커버


7살에 대뷔해 긴 법정 공방을 거쳐 홀로서기까지


1990년에 태어난 조조는 놀랍게도 벌써 20년이 넘는 커리어를 지니고 있다. 6살에 앨범 계약 제안이 왔고, 7살에는 TV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으며, 12살이 되는 해에 첫 앨범을 발표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범 [JoJo]는 2004년에 나왔고, 세 곡의 싱글이 차트에 올랐다. 첫 싱글 “Leave (Get Out)”은 빌보드 팝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미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틴 팝스타의 시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조는 10대를 보내는 과정에서 큰 부침을 겪는다. 회사와의 갈등을 크게 겪은 것인데, 감정적이거나 우발적 문제가 아니었다. 음악 산업에서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지 않은 이상은, 그러니까 정말 최정상의 음악가가 아닌 이상은 레이블이 하라는 대로 따라야 하거나, 레이블의 상황에 맞춰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 레이블의 배급사가 바뀌면 그렇게 가야하고, 담당자가 떠나거나 부재하게 되면 음악가 또한 앨범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조조와 같은 시련을 겪는 팝 스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조의 경우 극악의 사례에 해당했다. 미디어 <버즈피드>(BuzzFeed) 기사에는 그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드러나 있다. 배급사를 잃고, 레이블도 힘을 잃으며 다음 앨범을 내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조는 레이블과의 결별을 위해 계약과 관련하여 소송을 치렀다. 계약과 다르게 긴 시간 앨범을 내주지 못한 것에 책임을 묻고, 레이블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기존에 발표한 두 앨범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조조는 오랜 기간 소송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한다. (“JoJo는 7 년 간의 전투 끝에 이전 레이블에서 공식적으로 해방되었다”, Aylin Zafar, BuzzFeed 2014년 1월 15일자)


뉴욕 미디어(New York Media)에서 발행하는 문화평론지 <벌쳐>(Vulture)에 조조가 직접 이야기한 기사를 보면, 그가 결코 쉽지 않은 10대와 20대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의 10년의 시간을 법정 공방에 쓰고 나서, 끝내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어릴 때 발매되었던 두 장의 앨범은 2018년에 재발매되었다.) (“조조는 거의 10 년 동안 자신의 레이블과 싸우고 승리했다…”, Vulture 2015년 11월 2일자)


 2014년에 조조가 무료로 공개한, EP로는 처음 발표했던 [#LOVEJO] 커버


이렇게 쉽지 않은 긴 싸움을 하면서도 조조는 믹스테입이라는 이름으로, 즉 무료로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음악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힘들고 지치는 시간이었지만, 조조는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음악적 성장도 이뤄냈다. 2010년에 처음 무료로 발표한 [Can’t Take That Away From Me]부터 2012년 발표한 [Agape], 이어 2014년부터 새 레이블에 정착하여 발표한(때로는 무료로 공개한) 작품까지 꾸준히 자신의 성장 과정을 공유했다.


작품을 내지 못해 답답했던 그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조조는 온전히 성공 혹은 성장한 후에 작품을 공개하려 하지 않고, 과정을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고, 그래서 팬들은 이 지난한 과정을 좀 덜 아픈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을 직접 만들었으며, 음악을 듣는 누구라도 조조의 음악이 해가 갈수록 성장을 더해갔음을 알 수 있다.


소속사로부터 해방된 후, JoJo가 2016년에 발표한 정규 앨범 [Mad Love.] 커버


자유의 몸이 된 뒤 2016년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Mad Love.]는 비록 10년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가져온 팝 알앤비라는 정체성을 고수했고 팬들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팬들이 기대하는 바에 부응하기 위한 요소들을 넣은 것인데, 평단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새 음반은 ‘나 자신을 책임지는 방법에 관한 작품’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4년 후인 2020년, 조조는 네 번째 정규 앨범 [Good to Know]를 발표한다. 종합매거진 인사이더(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팝에 가까운 이미지를 걷어내고 밀도 높은 장르 음악을 선보인다. 조조는 처음으로 자신의 창작 결과를 온전히 컨트롤했음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Good to Know] 앨범에 대해, “그 때의 아이가 치유 받고” 29세 여성으로 성장한 것으로 들린다며 조조의 서사와 성장, 이번 앨범 발매의 의미에 방점을 둔 리뷰를 냈다.(조조의 ‘Good to Know’ 앨범 리뷰, Variety 2020년 5월 1일)


나아가 이 앨범에 대해 “이상한 방식으로, 세련된 코드 변경과 감성적인 보컬에서부터 리듬을 찍는 것과 오케스트레이션된 신스에 이르기까지” 자넷 잭슨(Janet Jackson)의 [Control]이 업데이트된 버전인 듯하다고 호평했다.(참고로 자넷 잭슨의 [Control]은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음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앨범은 성적 욕망을 비롯한 자신의 심리를 진솔하게 표현했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방법에 관한 작품’이라고 말할 만큼 온전히 조조라는 음악가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알앤비 음악을 높은 완성도로 표현해냈다. 4년 만에 장르 음악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대중적인 요소,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에 쉽게 들을 수 있는 요소들을 굳이 끼워 넣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았다.


2020년에 발표한 JoJo의 네 번째 정규앨범 [Good to Know] 커버


가사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대중음악에서 쓰이는 무난한 표현과 평이한 가사에서 벗어나 한 여성이 실제 관계에서 느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전적인 내용인 만큼 더 매력적이고 공감이 간다. 여기에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나를 사랑할 남자를 찾는다는, 자기애 찬가로 사랑받는 “Man”과 같은 곡이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날 알잖아, 날 멈추지마/ 난 쓰러졌지만 다시 돌아왔어/ 모두들 약간 호감 가지는 거 알아

이제 그들 모두 작은 사랑을 원해/ 나 혼자서도 편안해지고 있어/ 좋아, 난 감당할 수 있어”

-JoJo, “Mad” 가사 중


JoJo - Lonely Hearts 뮤직비디오 보기 https://youtube.com/watch?v=UTo0y2U1GTc

JoJo - Man 뮤직비디오 보기 https://youtube.com/watch?v=LrXtyphlVu8


이번 앨범을 발표하며 모든 게 새로운 장을 연 듯 순탄한 것 같았지만, 한 차례 트러블이 있었다. 토리 레인즈(Tory Lanez)라는 래퍼 겸 보컬이 앨범의 확장판에 피쳐링으로 참여했는데, 그가 메간 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의 발등을 총으로 쏜 것이다. 남성이 무방비 상태의 여성을, 음악 동료를 쏜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고 결국 조조는 토리 레인즈가 등장하는 부분을 빼는 결정을 했다.(“JoJo가 디럭스 앨범에서 Tory Lanez의 벌스를 제거했다”, Genius 2020년 8월 25일)


어릴 때 틴 팝스타가 된 이들이 나이가 들어 자신의 길을 찾아간 사례들을 종종 보게 되지만, 조조는 지금까지 그 과정을 공유했고, 자신의 성장을 아름다운 정규 앨범으로 발표했다. 조조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재단을 공개적으로 후원해왔는데, 특히 아동 인권 관련 단체에 후원을 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힘겨운 시간을 다른 이들은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게 아닐까 싶다. 긴 여정을 지나 비로소 뮤지션 조조로서 첫 걸음을 뗀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 소개: 블럭. 프리랜서 디렉터, 에디터, 칼럼니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국내외 여러 음악에 관하여 국내외 매체에 쓴다. 저서로 『노래하는 페미니즘』(2019)이 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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