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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과 퀴어의 만남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20. 7. 2. 08:30

케이팝과 퀴어가 무슨 관계냐고요?

<2020퀴어돌로지>① 케이팝(K-pop)과 퀴어의 만남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은 6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틱톡 10대들과 케이팝 팬덤이,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 선거 유세를 방해한 주역이라고 밝히다” TikTok Teens and K-Pop Stans Say They Sank Trump Rally)를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거 유세 보이콧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낸 10대 청소년들과 케이팝 팬덤의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트위터)


케이팝(K-pop)이 세계를 장악했다는 유난스러운 말이 이제 익숙해질 정도로 케이팝의 영향력에 관한 얘기가 많다. 미국에선 팬덤의 규모가 이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졌고, 아시아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유럽, 남미, 중동 지역 등 세계 각국에 케이팝 팬이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케이팝의 인기를 분석하거나 케이팝 팬덤과 그 영향력에 관한 논의를 할 때 여전히 언급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케이팝과 ‘퀴어함’(Queerness) 그리고 퀴어 팬덤이다.


케이팝과 퀴어의 만남, 퀴어돌로지 1세대의 시작


지금까지 주목 받지 못했던 논의의 포문을 여는 <2020 퀴어돌로지>의 첫 번째 세미나 “케이팝과 퀴어의 만남”이 지난 20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동시대의 퀴어한 감각’을 주제로 전시와 스크리닝, 메일링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아트콜렉티브 서울퀴어세제션이 주최한 행사다. 이 자리에선 퀴어와 케이팝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역사를 훑고, ‘팬픽레즈’와 ‘디바게이’에 대한 논의도 끄집어 냈다. 현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의견 공유와 질문이 쉴새없이 올라올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여자)아이들 “Oh my god” 뮤직비디오 중에서. https://youtu.be/om3n2ni8luE


케이팝과 퀴어의 만남, 그 역사는 케이팝 아이돌의 시초로 꼽히는 H.O.T.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젝스키스, S.E.S., 핑클 등으로 꼽히는 케이팝 아이돌 1세대부터 2018년, 2019년 이후 데뷔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ITZY의 4세대까지.(관련 기사: “아이돌 세대론: ① 2020 아이돌팝 세대론”, 아이돌로지 2020년 6월 12일자)


케이팝과 궤도를 함께 해 온 팬코스(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외모와 스타일, 패션뿐만 아니라 말투 및 분위기 또한 모방하는 것), 팬픽(팬들이 쓴 소설로 아이돌 그룹 내 멤버들의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며 Boy’s Love 코드를 차용함), 커버댄스(팬들이 아이돌의 퍼포먼스/춤을 따라 하는 것), 알페스(Real Person Slash, RPS. 팬픽과 비슷하지만 팬픽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연성’, 창작하는 팬들의 놀이) 등 케이팝 문화 속엔 늘 퀴어가 있었다.


1990년대 수도권 레즈비언의 ‘신공문화’는 케이팝 아이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관련 기사: “‘신공’을 아시나요? 그 시절은 정말 흑역사일까”, 일다 2019년 10월 19일자) ‘팬픽이반’이라는 말은 학창 시절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접해본 용어다.


“세대론으로 읽는 케이팝의 퀴어니스”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아이돌로지(idology.kr) 필진 스큅과 마노는 그 역사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탐색했다.


먼저 이들은 퀴어가 케이팝을 좋아하게 되고 빠져들게 된 이유에 대해 “케이팝이 한국 대중문화 내 마초성이 소거된 ‘비남성성’의 지대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성애중심의 사고로 본다면, 예쁘게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고 무해해 보이는 남성아이돌의 모습이 10대 시스젠더 이성애자 여성에게만 어필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여성상’과 ‘전형적인 남성상’ 그 어느 쪽에도 자신을 대입하기 어려웠던 많은 퀴어여성에게 마초성이 소거된 남성아이돌은 “자기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이미지로 다가갔다”는 해석이다.


6월 20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2020 퀴어돌로지> 첫 번째 세미나 “케이팝과 퀴어의 만남”이 열렸다.


또한 “자연스러운 만남부터 연애, 결혼을 통한 정상 가족 구성에 이르는 이성애 규범적인 ‘정상성’ 서사를 이루지 못하고 생애주기의 단절을 경험하게 되는 퀴어에게 케이팝 아이돌의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듯한 이미지, 그리고 음울한 현실에서 초탈하거나 혹은 세상과의 불화를 극적으로 노래하는 화법은 강한 이입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케이팝과 만난 퀴어들은 1세대 아이돌 시대에 “BL(Boy’s Love) 코드가 차용된 팬픽을 쓰고 읽는 ‘팬픽레즈’와 여성아이돌의 디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디바게이’”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 문화는 2세대 이후 변화를 맞게 된다.


마노는 1세대 팬덤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했으며 청소년 퀴어문화로 소비되었던 팬코스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2세대부터 시작된 산업 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짚는다. “1세대 아이돌과 팬은, 주로 신격화되고 추앙 받는 존재와 그를 열렬히 신봉하는 ‘팔로워’(follower)의 관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2세대로 이동하면서 아이돌이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는 마케팅 방식을 취하게 되며 팬은 팔로워보다는 ‘소비자’(consumer)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 결과 “신비주의에 가려져 있던 아이돌을 대신하는 존재로서의 ‘준-아이돌’(demi idol) 역할을 했던 팬코스의 코스플레이어 역시 환영을 받지 못하게 됨”과 더불어 “그들을 배척하거나 괴롭히는 경우까지 나타나게 되자” 팬코스 문화는 점점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팬픽이나 알페스(RPS)도 ‘아이돌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제 당하기 시작”한다. 이런 움직임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아이돌팬덤 내부의 퀴어팬덤 배제와도 연결된다. 


‘퀴어함’을 차용하기 시작한 2.5세대부터 현재까지


1세대에서 2.5세대 이전까지 케이팝와 퀴어의 만남은 사실상 퀴어팬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팬들이 아이돌에게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끄집어 내서, 그걸 가지고 노는 거였다면 2.5세대부턴 그 양상이 조금 달라진다. 케이팝 자체에서 ‘퀴어함’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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