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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책 읽는 문화’도 선물해요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꿈의 책장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단체을 소개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꿈의 책장> 소개
2013년 11월에 창립된 <꿈의 책장>은 도시 빈민 지역과 가난한 농촌 마을 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책장과 도서를 선물하는 호찌민시 청년들의 단체다. 2014년 1월 메콩델타 벤쩨 성의 강섬 마을을 시작으로 도서 지원을 시작한 <꿈의 책장>은 단순히 책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독서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학급별 책장을 선물하고, ‘책 읽는 나무’ 캠페인을 벌이고, 독서 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각 학교와 지속가능한 교류 속에서 베트남 빈민 지역에 책 읽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꿈의 책장>에서 도서와 함께 각 교실에 배치한 책장 ⓒ 아맙
낙제점에서 빠르게 상승중인 베트남 독서성적표
2014년, 베트남 정부는 4월 21일을 ‘베트남 독서의 날’로 정했다. 얼마 후 호찌민시 1군의 노틀담 성당 옆에는 정부의 지원 속에 ‘책 거리’가 등장했다. 2009년 개발도상국의 반열에 오른 후 꾸준히 경제 성장을 이어간 베트남 사회가 이제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에 발표된 베트남 국민 연평균 독서량은 2.8권이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26퍼센트에 달한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퍼센트가 ‘책을 빌려본 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듯 베트남의 독서성적표는 좋지 않은 편이지만, 경제 성장과 더불어 베트남의 출판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민 연평균 독서량도 2013년 0.8권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몸의 허기를 겨우 채운 베트남이 이제는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베트남 남부에서 책 지원 사업과 더불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독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꿈의 책장>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책에 허기진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베트남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도도, 전기도 없는 오지에 책을 보내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리에서 신문을 보는 베트남 사람들이 참 많아요. 반면에 책 읽는 사람은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요즘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 아동, 청소년 관련 책이나 번역 출간된 외국서적이 확연히 늘었고요. 독서 문화와 관련된 신문 기사들도 꽤 많아진 것을 보았을 때요.
▶ <꿈의 책장> 대표 응오 티 응옥 중 ⓒ 아맙
응오 티 응옥 중(꿈의 책장 대표, 이하 중):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호찌민시나 하노이는 독서 문화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농어촌 지역은 교과서 외의 책은 거의 접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수정: <꿈의 책장>이라는 이름이 참 좋네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뜰살뜰하게 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다들 젊은이들인 것 같은데, 처음에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중: 저는 3년 전에 대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주말이나 저녁 시간을 활용해 <꿈의 책장> 활동을 하죠. 대학생일 때 자원봉사활동을 좋아해서 방학 때는 물론 학기 중에도 메콩델타의 여러 농촌 지방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했어요. 졸업 후 직장생활 때문에 봉사활동을 못하는 것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같은 직장인들이 모여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는 팀을 꾸렸죠.
처음에는 호찌민시 외상대학교에서 주최한 설맞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벤쩨 성의 안히엡 마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메콩델타에 있는 강섬의 작은 마을이었죠. 그곳은 전기도, 수도도 없었고 보건소마저 없는 정말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육지에 살면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수업을 마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더군요. 이곳에 무엇을 지원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보통 베트남 봉사단체는 쌀이나 옷 등의 생필품, 아이들에게는 과자나 학용품을 선물하는데요. 우리는 책을 선택했어요. 책은 먹고 쓰고 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마을과 학교가 오랫동안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재산이니까요. 그래서 지인들을 통해 책을 기증받고 별도로 마련한 기금으로 새 책도 구입해 아이들에게 책장과 함께 책을 선물했죠.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까 처음엔 걱정이었는데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난생 처음 책을 본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뜨고 뚫어져라 책을 보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책과 함께 ‘책 읽는 문화’도 선물하다
▶ 함께 모여 책 정리를 하고 있는 <꿈의 책장> 회원들 ⓒ 아맙
수정: <아맙>에서도 꽝아이 성의 빈호아 초등학교에 도서 지원을 하는데요. 책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인민위원회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손이 참 많이 가더라고요. 게다가 학교에서 책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하고요.
중: 저희도 책을 선정하는 작업을 할 때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프로보노(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재능기부 활동)의 자문을 받아요. 최근 베트남에 어린이용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시장 조사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 1년간 사업을 한 후 중간 평가를 했는데, 학교의 책 관리 문제가 걸리더군요. 그동안은 책을 지원한 후 실제로 아이들이 책을 얼마나 읽는지, 학교가 책 관리를 잘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또 사전 답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학교를 우선 지원할 필요도 느꼈고요.
중간점검 이후부터 우리는 책 지원 사업을 한 학교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있어요. 책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학교의 의견을 듣는 거죠. 학기가 바뀔 때마다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면담도 나눠요. 보통 단체가 책을 기증하면 도서실에 책이 보관되는데, 실제로 도서실을 잘 운영하는 학교는 정말 드물어요. 그냥 책이 있는 창고와 다를 바 없어 책을 볼 공간도 없고요.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교실과 떨어져 있어서 학생들이 거의 이용을 하지 않더군요.
도서실에 아무리 좋은 책이 쌓여있어도 학생들이 책을 보지 않는 문제가 있었던 거죠. 고민 끝에 각 반마다 조그만 책장과 함께 책을 넣어주었어요. 반마다 100권씩 책을 두고 일정 기간마다 다른 반과 책을 교환해서 보도록 했고요. 가까운 곳에 책이 있으니 아이들이 책을 보기 시작했고, 교사들의 반응도 좋았죠.
수정: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 별도의 도서실이 없는 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 네, 도서실이 없는 학교도 많죠. 단체들이 책 지원 사업을 할 때 선물 주듯이 전달만 하지 사후 관리까지는 신경을 못 쓰는 게 보통입니다. 우린 책을 지원하는 학교와 협약서를 작성해요. 학교가 책을 관리하고 학생들에게 독서 지도를 할 것, 학기마다 <꿈의 책장>에 보고서를 보내줄 것 등을 약속하죠. 이런 조건에 불응하면 지원하지 않습니다. 협약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도 마찬가지고요. 처음엔 열악한 지역을 우선으로 사업을 벌였는데, 이제는 학교와의 피드백을 중시하고요. 그만큼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정글과 산간벽지에서 책은 여전히 사치품
수정: 주로 어떤 지역에 책을 지원했나요? 다들 자원봉사로 뛰고 있는데, 사업 기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합니다.
중: 지원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산간벽지 농촌을 주로 찾는데요, 베트남 남부에서도 광활한 정글로 손꼽히는 남깟띠엔 국립공원 근처 동나이 성의 탄선 마을을 지원했어요. 베트남 사람들 눈에도 ‘여기가 진짜 정글이구나’ 싶을 정도로 오지였죠. 도로나 농장에 수시로 코끼리들이 출몰하고 최근에는 민가를 습격하는 일도 잦더라고요. 같은 동나이 성의 마다 마을도 지원했는데, 대부분 캄보디아 출신 가정으로 다수가 천막이나 슬레이트 지붕 집에 살고 있었죠. 일부 학생은 출생증명서도 없었어요.
재정은 처음에는 회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기금을 마련했고, 이후에는 베트남 교포들이 운영하는 자선단체나 호찌민시 남부의 탄광회사 비나코민(Vinacomin), 호찌민시의 베트남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린(Lin), 미국의 시민단체 ‘Live and Learn’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어요.
▶ <꿈의 책장>이 지원한 책을 보고 있는 베트남 중부 럼동성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 ⓒ 아맙
수정: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꿈의 책장>이 벌이는 사업이 있다면요?
중: 교실마다 책장을 넣긴 했지만, 과연 아이들이 책을 얼마나 볼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책 읽는 꽃나무’ 캠페인을 시작했죠. 반마다 게시판에 나무 그림을 걸어두면 아이들이 책을 읽은 소감을 작은 쪽지에 적어 나무에 꽃처럼 달아주는 캠페인이에요. 그리고 각 반마다 책장을 비치한 곳 근처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책걸상도 별도로 비치했죠. 저희가 학교를 방문해 ‘독서축제’를 열 때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도 갖고요.
베트남이 문맹률도 낮고 대체적으로 학업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독서문화가 많이 발달하지는 않았어요. 베트남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하는데, 농촌에선 여전히 책은 일종의 사치품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가족들이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하는데 돈을 쓰려 하지, 책을 사는 일은 드물어요. 많은 아이들이 헌 교과서를 물려받아 쓰고 있습니다. 물론 도시의 경우엔 교육열이 높아서 자녀의 독서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요.
‘금을 물려주는 것이 책을 주는 것만 못하다’
수정: 요즘 한국 사람들은 갈수록 책을 읽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출판시장도 더 어려워지고요. 스마트폰 문화가 이에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있어요. 베트남은 어떤가요?
중: 요즘은 베트남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들고 다니죠. 틈만 나면 전화기에 얼굴을 묻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도태된다, 책을 통해 교양과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생기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독서모임이나 책 관련 행사도 더 늘고 있고요.
▶ <꿈의 책장>이 도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 진행한 책 축제 ⓒ 아맙
베트남에는 “아이에게 금과 은을 물려주는 것이 책을 주는 것만 못하다”라는 속담이 있어요. “책은 정신을 위한 보약이다”라는 호찌민 주석의 격언도 있죠. 요즘은 서점에 갈 때마다 어린이·청소년 관련 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교육열과 더불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호찌민 시내 노틀담 성당 근처에 100미터 길이의 책 거리도 생겼어요. 정부의 독서진흥정책에 따라 베트남의 유명 출판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서점들이 모인 곳이죠. 한편에는 헌책방 코너와 더불어 카페와 미술 전시회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도 자주 열리죠. 불과 몇 년 사이에 호찌민시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수정: 젊은 직장인들이 주말 등의 여가 시간을 포기하면서 <꿈의 책장> 활동을 하느라 이래저래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중: 대부분이 2~3년차 직장인들이죠. 주말에 시간을 내서 산간벽지 농촌에 있는 학교를 답사하고 일요일 밤늦게 집에 도착,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을 하려면 죽을 맛이죠. (웃음) 베트남 종전 기념일 연휴나 설 연휴 기간을 앞두고 지원 사업을 준비할 때는 힘에 부칠 때가 많아요. 연휴를 앞둔 때는 집안일도, 회사 일도 바쁘니까요.
책을 전달할 때는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해 다른 봉사단체의 지역 방문 일정에 맞추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방법도 한계가 있어요. 또한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조직이 운영되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자가 자주 바뀌는 문제도 있습니다.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사무실과 상근 직원을 갖춘 비영리단체를 꾸리는 것을 앞으로의 목표로 잡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참신한 방식으로 독서 캠페인을 열어가고 싶어요.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베트남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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