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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성별 임금격차만큼 ‘조기 퇴근’하자

여성들의 빼앗긴 임금 찾기! “3시 STOP” 시위


※ 필자 배진경 님은 3.8 세계여성의날 조기 퇴근 시위 “3시 STOP”을 제안한 한국여성노동자회의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남녀 임금격차, 여성은 3시간 ‘무급’ 일하고 있다

 

휴일.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다가 지는 해가 아쉬워서 산책을 나설 때가 있다. 그럴 때 이상하게 63%의 확률로 비가 온다. 비라는 자연현상이 우주의 먼지보다 하찮은 나 따위 골탕 먹이자고 계획한 것은 아닐 텐데, 꼭 이런다. 야속한 마음에 멀거니 하늘을 쳐다보면 어디서 도깨비라도 울어대는지 비는 더 세차게 퍼붓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있기는 할까 싶다.

 

억울한 일 리스트라도 만들어 볼라치면 책 한 권 쓰고도 남겠지만, 비 오는 하늘에 대고 성질내지 말고 인간 세상으로 범위를 좁혀 본다. 그 중 제일 억울한 건 돈이다. 금수저라도 물고 나오지 않았다면 그저 내 한 몸 있는 힘껏 바스라지기 직전까지 굴려야 겨우 먹고 산다. 그것도 억울한 거 맞다.

 

그런데 당신이 여자라면 억울함이 추가된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해 봤자, 남자가 월급으로 평균 100만원을 받으면 여자인 당신은 63만원 밖에 못 받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지표가 이를 인증한다.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한 이래 성별 임금격차 분야에서 1위를 놓쳐본 일이 없다.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남성임금의 63%밖에 받지 못 하는 여성들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을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3시 STOP!”은 그래서 나온 구호다. 2017년 3.8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노동단체들이 제안한다. 오후 3시에 일을 멈추고 광장으로 나오자고. 그래서 우리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외치자고 말이다.

 

여성의 저임금, 산업화 이후 달라진 게 없어

 

“하는 일은 똑같았죠. 그런데 ‘일을 해도 남자애가 더 하겠지, 네가 더 하겠냐?’ 하면서 같이 알바하던 남자애들은 시급을 500원 더 주더라고요. 주유소 사장님이.” (주유소 알바 A씨)

 

“같이 원서를 넣었던 남자선배는 저보다 학점도 낮고 토익점수도 낮은데, 정규직 합격하더라고요. 나중에 저는 같은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어요.” (비정규직 B씨)

 

“입사동기가 남자였어요. 같은 자격 조건이었고 하는 일도 같았죠. 둘 다 기혼이었고요. 사장은 제게 그러더군요. 이 친구는 생계부양자고 나는 피부양자이니 제 월급에서 10만원을 떼어 그에게 주겠다고.” (기혼노동자 C씨)

 

여성노동 상담 사례들을 보면 “왜?” “무엇 때문인 거죠?”란 말이 절로 나오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비정규직이라고? 책 한 권 더 써야 한다. 35만 8천원. 남성 정규직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비정규직인 당신이 수령할 수 있는 평균값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늘 낮은 임금을 받아 생활해 왔다. 이는 산업화가 이루어진 이후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여성노동자들은 일본 남성노동자의 1/4의 임금을 받아왔다. 현재 여성 비정규직은 남성 정규직의 35.8%의 임금을 받고 있다. (2016년 8월 기준) 이런 비정규직 여성이 전체 여성노동자의 54.5%를 차지한다. 일본 남성노동자의 위치가 지금 정규직 남성노동자로 바뀌었을 뿐, 언제나 가장 낮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여성이었다.

 


여성집중 직종은 ‘그냥’ 임금이 낮다

 

여성의 낮은 임금, 원인이 무엇일까? 우슨, 여성은 좋은 일자리로의 진입이 차단되어 있다.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다. 특히 장르 불문, 정규직으로의 진입은 난공불락이다. 아무리 높은 스펙을 쌓아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많은 여성들이 영세사업장에 몰려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60%가 넘는 여성들이 30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 있다.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 채 보조업무가 주어진다. 강고한 남성중심의 조직문화는 여성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기는커녕 안착할 자리조차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 결과, 승진이라는 한층 한층을 오를 때 남성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여성은 비상계단 열쇠밖에 받지 못 한다.

 

만약 결혼해서 아이라도 생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 숱한 경우 노동시장에서 퇴출된다. 많은 이들이 자의로 착각하는 타의에 의한 사직서, 계약만료 혹은 해고. 저임금 여성들은 월급 150만원 받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는데 아이 맡기는 비용과 점심 식비, 교통비 등 다 제하면 손에 남는 것이 없다. (고임금 여성들은 저임금에 비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매우 낮다.) 그렇게 내 손으로 사직서를 쓰거나 계약해지 혹은 해고를 당하고 나서, 아이가 크면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한다.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으로. 여성의 낮은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자 결과가 된다.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든 여성들은 지속하던 노동에서 빠르게 탈락된다. 직장에서 여성의 경험을 능력으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을 보조자의 위치로 놓은 우리 노동시장에서 ‘나이어림’은 여성노동자의 필수 조건이 된다. 이런 경우 여성들의 경력은 임금을 높이는 불필요한 요소로 평가될 뿐이다. 그리하여 많은 경우 여성들은 고용단절을 겪고, 임금의 하락을 경험한다.

 

여성집중 직종은 ‘그냥’ 임금이 낮다. 심지어 국가가 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예산이 없음’을 이유로 댄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예산은 늘 우선순위의 문제라는 것을. 심지어 여성의 노동을 무급 자원봉사로 취급한다. 이런 상황이니 여성노동자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 영향권에 놓여있다.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 거론되는 이유다.

 

▶ 세계여성의날, 광화문 광장에서 조기 퇴근 시위 “3시 STOP”이 열린다. 

 

빼앗긴 임금을 되찾자! 조기 퇴근 시위 “3시 STOP”

 

그렇다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아온 남성들은 과연 무언가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을까? 20년 전 IMF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에서 내쫓겼다. 몇 년 후, 이 여성들은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이전에 받던 임금의 절반을 받기로 계약하고.

 

그때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몹시 낯설고 생소했다. 그것은 여성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여성들보다야 상황이 낫지만, 남성들 역시 비정규직 비율이 36.7%를 차지하게 되었다.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되어가는 것을 함께 막지 못한 결과이다.

 

여성들이 빼앗긴 임금은 남성에게 돌아갔을까?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독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빼앗긴 몫을 노동자인 남성들이 가져갔다고 보긴 어렵다. 여성이 빼앗긴 36의 몫은 자본이 챙겼다. 가장 하층에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 계속 낮아지면, 그 바로 위층부터 함께 내려간다. 지반이 꺼지고 싱크홀이 생기면 그 위에 서 있는 빌딩도 무사할 리 없다. 지금, 상대적 비교 우위에서 만족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쯤에서 영리한 당신은 눈치 챘을 것이다. 성별 임금격차 100:64. 여성들의 빼앗긴 36의 임금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여성들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그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모두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 사회의 일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 함께하면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열악한 노동자가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신 역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1912년 여성노동운동가 로즈 슈나이더만의 외침이 주는 울림은 2017년인 오늘에도 유효하다.

 

2017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조기 퇴근 시위 ‘3시 STOP!’ 당신의 연대를 기다린다. 광장으로 나올 수 없다면 잠시라도 일손을 멈추길 간절히 바란다. 화장실에라도, 커피 한 잔이라도, 하늘을 보며 큰 숨이라도 함께 쉬어주길 바란다. #3시STOP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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