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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CCTV가 아동학대 해결책이 될 수 있나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5.01.22 09:00

“우리 엄마가 CCTV로 다 보고 있어요”
정부의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 역효과 우려 

 

 

“CCTV가 설치된 후 ‘집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어딜 가든 CCTV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게 되는 불안한 습관이 생겼다’, ‘출근하기가 싫다’는 게 보육교사들의 이야기에요.”

 

현직 어린이집 교사인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늘 어깨가 무겁고 뒤통수가 따갑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또한 CCTV는 아동의 인권도 침해하는 악(惡)에 가깝다며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정부 ‘CCTV 의무화, 가해교사 처벌 강화’할 것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부모가 요구할 때 관련 동영상을 열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한 번이라도 학대 행위가 발생하면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학대 교사나 해당 원장이 다시는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근무할 수 없도록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주장했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나 ‘보육교사의 노동 환경 개선’ 등은 고스란히 빠져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려 했으나, 인권단체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실현하지 못했다.

 

이번 CCTV 의무화 조치는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CCTV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이 포털 사이트 청원 게시판에 올린 ‘전국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는 2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서명 운동을 주도한 네티즌은 “영유아 어린이는 가혹 행위에 대한 언어 표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내부자 고발 없이는 (학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면서, “어린이집 교사의 인권보다 영유아의 생명 보호가 더 시급하다”라는 글을 썼다.

 

물론 아동은 안전할 권리가 있으며 학대 교사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보육교사의 인권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사회에서 과연 아동의 인권은 지켜질 수 있을까. 그리고 CCTV를 설치하면, 정말 아동의 안전권이 확보되고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CCTV 놀이를 해요”

 

이미 20%가 넘는 전국의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서 아동이 보이는 행동에 대해, 심선혜 의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놀라웠다.

 

“아이들이 CCTV 놀이를 해요. 망원경 같은 걸 만들어서 다른 아이들 노는 데 가서 ‘나는 CCTV야’ 이러면서 하루 종일 CCTV 역할만 하는 아이도 있어요.”

 

CCTV가 ‘놀이’로 드러난다는 것은 아동이 CCTV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자신 역시 감시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 의장은 “교사가 훈육 차원에서 아동에게 뭐라고 할 때 ‘선생님, 우리 엄마가 CCTV로 다 보고 있으니까 나한테 소리 지르면 안 돼요’ 라고 말한다”고 했다. CCTV로 인해 정당한 훈육까지 가로막히게 되고, 교사와 아동 사이에 불신의 벽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열람이 엄격하게 제한되지 않는 상황에서 CCTV는 ‘교사의 아동학대’ 적발을 위해서만 쓰이지 않는다. 무분별한 CCTV 열람으로 학부모 간 분쟁이나 아동 사이의 배제와 차별이 생기기도 한다.

 

아동은 특정 시기에 하는 다양한 행동을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런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취급하게 되기 쉽다. 그런데 CCTV를 보며 “저 아이와 같이 있지 않게 해주세요”, “쟤는 여기 안 다녔으면 좋겠어요” 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도 있다는 것.

 

아동 간 싸움이 벌어졌을 때, 상호간 소통이 아닌 CCTV 열람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피해자 학부모는 CCTV를 보여 달라고 하고, 가해자 학부모는 싫다고 하고. 싸움의 원인 관계를 CCTV로 밝히고 싶어해요. 이미 교사들의 말은 듣지 않아요.”

 

아동학대의 원인은 CCTV 설치와 무관해

 

보육교사들이 CCTV 설치를 거부하면 사람들은 “떳떳하면 왜 못하느냐”, “당당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CCTV는 보육교사 고유의 보육에 관한 권한과 프라이버시인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한다. 프라이버시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심선혜 의장은 “CCTV 화면으로 보면 다 범죄자 같아 보인다. 내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어떻게 찍혀질지 모르니까 자유롭게 일할 수가 없다”면서, 보육 교사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당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CCTV는 노동 통제의 도구로도 작용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가 있을 때 원장이 CCTV를 계속 보며 감시하는 경우도 있다. 잠깐 자리를 비우면 “그 교사 어디 갔느냐”면서 추궁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CCTV도 무감각해져요. 보육교사가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CCTV를 의식하면서 노력하게 되지만, 노동 환경이 열악하면 CCTV가 있다는 사실도 망각하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돼요.”

 

이번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어린이집도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아동학대의 원인은 CCTV와 무관해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후 증거라도 잡기 위해 CCTV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CCTV가 있었기 때문에 학대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심 의장은 “다른 조치들을 취한다면 CCTV는 없어도 된다. 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CCTV로 보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경고한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 “국공립 어린이집 늘려달라”

 

재작년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다가 현재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6살 아이의 아빠 권호영씨(43)는 “CCTV가 있어도 폭력은 있고, 없어도 있다. CCTV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CCTV이라도 있으면 불안이 좀 덜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권씨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국가에서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이다.

 

권호영씨는 몇 년 전 이사를 오면서 집 앞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 했으나 탈락해서 한 달 동안 전전긍긍해야 했다. 결국 버스타고 30분 넘게 가야 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대기 신청을 해놔야 겨우 들어갈 수 있고,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에도 입소 경쟁률이 20 대 1에 육박한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중 국공립시설은 5%에 불과하다. 국가가 재정 감독이나 교사 관리를 하지 않는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수익을 따지게 되고 보육교사 처우는 낮아진다. 자연스럽게 보육의 질은 떨어진다.

 

권씨는 “민간 어린이집은 왠지 불안하다. 어린이집을 무상으로 해주는 것은 좋은데, 무상으로 하니까 민간 어린이집 같은 경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선생님들 처우는 안 좋을 것 같다. 국가에서 어린이집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CCTV 설치를 원하는 학부모들 역시 정말 바라는 것은 ‘아이를 믿고 맡길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고 개별 학부모들에게 불안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CCTV 같은 감시 시스템에 의존하려는 심리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보육현장에 불신과 갈등 유발하는 ‘부작용’ 우려

 

▲ 정부는 아동폭력뿐 아니라 학교폭력, 성폭력 등에 대한 대책으로 CCTV 설치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일다 
 

정부가 소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근절 대책으로 CCTV 설치를 제시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폭력,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 모든 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CCTV 설치를 들고 나오고 있다.

 

보호와 안전을 명분으로 우범 지대가 아닌 골목길이나 등산로, 산책로 등에도 CCTV를 설치하고 있다. 또 2019년까지 초, 중, 고등학교 절반에 1백만 이상의 고화소 CCTV를 설치해 학교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모든 폭력 범죄는 마치 CCTV가 없어서 일어난 것처럼 착각하게 될 정도다.

 

하지만 알려져 있듯이 CCTV와 범죄 예방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조교수는 공저인 <감시사회>(2012, 철수와영희)에서 CCTV가 많기로 소문난 영국에서도 CCTV를 통한 범죄 적발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한다. “CCTV 1천 개를 설치하면 1년에 한 건의 범죄를 적발한다”는 것.

 

결국 CCTV는 실효성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정부의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CCTV 설치가 오히려 보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부모간의 갈등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느 쪽의 인권도 침해하지 않는 방법을 먼저 모색해야 하는데, 정부가 공공 영역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약자(아동)의 보호자인 학부모들과 노동환경이 열악한 돌봄 노동자(보육교사)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역시 “정부가 실효성은 없으면서 게으르고 손쉬운 해결책만 내놓고 있다” 라고 이번 정부 대책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한국 사회는 가족주의가 강한 사회여서 자기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커요. 애를 남한테 맡기면 수면제를 먹인다더라, 이런 유언비어가 유포되는 사회에서 살다보니 부모들의 불안이 심해져요. 하지만 남의 애가 아니라 내 애라도 내가 힘들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나는 법 아닌가요? 실제 이번 폭행 사건 같은 일은 극소수임에도, 정부가 내놓는 해법이 오히려 사람들 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어요.”

 

조주은 조사관은 “아동권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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