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마음의 평화를 안겨준 고양이들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화작가 길지연 

 


“잘 먹고 잘 사는 게 선진국이 아니에요. 약자들 그리고 약한 동물들이 잘 사는 나라가 선진국이지요. 중요한 건 내가 한 끼 먹을 때 그들도 같이 먹어야 한다는 거예요. 고양이 밥 줄 돈으로 사람이나 도와주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누굴 돕고 있느냐고요. 동물을 돕는 사람들은 사람도 돌볼 줄 알아요.”
 
이웃한 동물들과 나누며 살기, 결코 무난하지 않은
 

▲ 동화작가 길지연 

 

그녀의 하루 일과는 모닝커피 한잔 후 길고양이 밥 주는 걸로 시작하여, 저녁 무렵 다시 밥 주는 일로 끝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일을 해온 지 벌써 3년. 남들은 쓸데없는 데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냐고 타박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일을 통해 자신이 위로를 받는다고 말한다.
 
“제가 고양이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고양이들이 저를 도와줘요. ‘저 작은 짐승도 새끼들을 다 키워내며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가는데, 나도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그녀의 본업은 동화작가다.
 
<엄마에게는 괴물 나에게는 선물>, <모나의 용기 지팡이>, <행복, 일곱빛깔 가치 동화> 등 많은 동화를 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이솝 이야기 하나>, <우리 마을에 서커스가 왔어요> 같은 동화를 번역하기도 했다.
 
길지연씨의 작품에선 한결같이 버림받은 생명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녀는 적게 먹고, 뭐든 이웃과 나누는 것이 생활원칙이란다. 동물보호협회, 노인복지회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최대한 남을 위해, 생명을 위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열네 살 된 눈 먼 강아지 찡코, 전세로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 그리고 돌봐야 할 길고양이 10~15마리. 길지연 씨의 재산 목록이다.

 

쓰레기 봉투를 헤집어놓고, 한밤중에 날카롭게 울어대어 일명 ‘도둑 고양이’라 불리며 사람들의 미움을 사는 딱한 처지의 고양이들. 이들은 한꺼번에 포획되어 안락사당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미움을 받아 몸에 못이 박히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운이 안 좋은 날에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며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굶주림과 질병, 로드킬과 안락사의 공포와 싸우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길지연씨 
 

그러나 정말 세상의 모든 길고양이들이 사라지면 좋은 것일까? 사람들이 행복해질까?
 
동화작가 길지연은 말한다. 이런 고양이들이 사라진 동네는 ‘사람의 영혼이 텅 빈 동네’일 뿐이라고. 고양이는 잔인하고 졸렬한 이 세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소중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드러운 성품의 그녀가 잘라야 할 때는 몹시도 단호하다.
 
“고양이들을 자연상태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돼요. 인간이 자동차를 만들고 도로를 늘리고 빌딩을 세우면서 동물들의 공간을 침해한 거거든요. 그들의 삶을 이미 망가뜨려놓은 겁니다. 그래 놓고서는 그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잖아요.”
 
그런 그녀의 행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오늘 추석인데 고양이한테 또 다 갖다 바치시옵소서” 하며 비꼬는 말투를 흘리던 경비아저씨, 고양이 밥그릇에 담뱃재를 떨어뜨려놓던 고등학생 남자아이들,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던 아저씨들,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자연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주장하던 주변의 지인들.
 
이런 세상의 벽과 싸우며 그녀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밤만 되면 이상한 옷을 입고 나다닌다고 해서 ‘사이코’로 오인 받은 적이 많았고 피곤한 사건도 많이 겪었다.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여 경찰과 경비 아저씨에게 알린 적도 있으며,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야간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강도를 만나기도 했다.
 
고양이들이 사는 동네, 변화하는 사람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처음에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내비치던 경비아저씨들도 지금은 그녀의 행동을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 주민 중에는 정말 좋은 일을 한다며 고양이 사료 값을 보태주겠다 나선 이도 생겨났다. 또한 야생상태로 그대로 둬야 생태계가 유지된다며 그녀의 행동을 극구 부정하던 한 지인은, 그녀가 여행 간 동안 대신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전사로 변신하기도 했다.

 

▲ 밥을 먹는 길고양이 

무엇이 이리도 사람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을까?
 
사실 지독하리만치 고집스런 그녀의 끈기와 열정에 혀를 내두르며 포기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재기 발랄한 유머감각에 홀딱 넘어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진정한 이유는 생명을 존중하는 진심 어린 마음을 예쁜 그릇에 담아 이야기할 줄 아는 그녀의 넉넉함 때문이리라. 그런 따뜻한 마음이 사람들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여주었으리라.
 
“저를 필요로 하는 고양이들이 있어서 행복해요. 누가 뭐라 해도 살아 있는 한 저는 끝까지 이 일을 할 겁니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돌보는 길고양이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도도한 기운이 흐르는 민비(그가 돌보는 고양이 이름)와 민비의 공주 왕자들, 민비의 보디가드, 민비를 괴롭혔던 장희빈, 콧수염이 멋진 심술쟁이 한명회. 다 이름이 있거든요. 저는 고양이들이 단지 짐승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 같이 느껴져요. 사람처럼 감정 선이 분명하거든요. 그 고양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할겁니다.”
 
베스트셀러를 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는 독자가 요구하는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작가의 역할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녀에게 마음의 평화를 안겨주었다는 고양이들. 민비, 장희빈, 한명회 등등. 그들이 등장하는 동화를 하루 빨리 읽을 수 있게 되길 고대해본다. ▣ 루미

         <여성주의 저널 일다> http://www.ildaro.com        <영문 사이트> http://ildaro.blogspot.kr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