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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싱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다큐멘터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최우수다큐멘터리 상을 받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고, 생각보다 빨리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말 그대로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떨어져 있는 백업 싱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도전과 실패 등 그들이 지금에 있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풀어낸다. 

 

▲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백업 싱어 조 로리, 주디스 힐, 리사 피셔가 함께 노래하는 장면 

 

영화는 개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되, 그것들을 몇 개의 테마로 엮어서 전개하는 방식이다. 인터뷰 형식이나 형식이 신선하지는 않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게 전달될 수 있게 구성력을 갖추고 있다. 타이트하지 않게 진행되면서도 장면 연출에 힘을 실어 집중력을 모으는 작품의 완급 조절이 인상적이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십분 살린 셈이다.

 

전체 흐름을 통일하기 위해 개개인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분할했기 때문에, 몇 인물의 흐름을 따라가려고 하다 보면 약간의 집중력을 요하기도 한다. 영화 역시 백업 싱어의 존재를 인물보다 작품에 중요성을 두며 뒤로 두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영화가 하나의 무대라면 백업 싱어들은 ‘주인공’이다. 오히려 극 중 백업 싱어의 역할을 하는 것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나 믹 재거(Mick Jagger), 스팅(Sting)과 같은 메인 싱어들이다.

 

영화는 초반에 백업 싱어의 존재와 시작, 역사를 보여주면서, 메인 싱어들과의 관계와 무대 위 주인공들이 말하는 백업 싱어에 대한 예찬도 함께 드러낸다. 또 관객으로서 궁금했던, 백업 싱어들의 생계 유지 방식이나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을 보여준다.   

 

▲  스팅과 리사 피셔의 대화 장면.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중후반에 들어가면 달린 러브(Darlene Love), 리사 피셔(Lisa Fischer), 타타 베가(Tata Vega), 주디스 힐(Judith Hill) 등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했던, 혹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을 꿈꾸었던 백업 싱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즉, 영화는 전체적으로 백업 싱어들이 음악을 시작하고 지금에 있기까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의 큰 장점은 백업 싱어라는 존재를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찬양하지도, 동정하거나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백업 싱어에 대한 시선에서 균형과 구심점을 유지하면서 전개되는 작품은 백업 싱어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초점을 맞춰, 그들의 경험과 그에서 나오는 생각을 드러낸다.

 

특히 롤링 스톤즈의 “Gimme Shelter”에 관한 일화나 아이크 & 티나 터너 레뷰(The Ike & Tina Turner Revue)에 관한 내용은 대중음악의 흐름 속에서 여성이 몸으로 겪은 일이라는 점에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여기에 영국과 록큰롤의 영향, 백업 싱어들이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듣다 보면 미국음악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또 미국 남부 문화와 사회운동 이야기, 백업 싱어가 가지는 사회적 지위와 그들의 실제 생계 유지 방식은 미국 사회의 흐름까지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의도적으로 배치될 때도 있지만, 극의 전면으로 부각되어 흐름을 끊거나 분위기를 전환하지는 않으며, 백업 싱어들이 직접 자신들의 생애를 말하는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중에서 스티비 원더의 공연  장면.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상 깊은 자료 화면들, 그리고 백업 싱어들이 노래하는 모습이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동시에 작품 전체를 두르는,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게다가 음악 팬이라면 루더 반드로스(Luther Vandross),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무대가 등장하는데 어찌 먹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음악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제작해오고 있고, 문화 전반의 것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있는 모건 네빌(Morgan Neville)이 감독을 맡았다. 86회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 39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등 다수 시상식에서 수상하였다. 수입 영화사 조제, 배급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 블럭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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