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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농촌에서 대안 찾는 사람들’
괴산 솔뫼농장 ‘에너지 농부학교’에 가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정은 

가을걷이가 한창이던 농촌들녘이 밤이 되자 적막해졌다. 보름달이 산중턱 위에 걸쳐있다. 수확과 함께 밭 설거지로 바쁜 나날이지만, 야심한 밤에 농부들이 공부를 하러 모여드는 곳이 있다. 주경야독하는 이 곳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위치한 솔뫼농장. ‘에너지 농부학교’ 가을학기가 시작됐다.
 

괴산 솔뫼농장 ‘에너지 농부학교’ 가을학기 10월 강좌가 진행되는 모습


저녁 7시 30분, 강좌가 시작되는 시간. 에너지농부학교가 열리는 ‘솔뫼농장 소비자의 집’ 아궁이에는 장작불이 발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안에는 이미 강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40명의 농부들이 둘러앉아 꽉 채워진 상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랫목으로 가시라”는 훈훈한 인사들이 소근거린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7월에 시작된 강좌는 이번으로 4번째다. 가을학기 3번의 강좌 다음에 이어지는 겨울학기는 충남 홍성과 전북 부안 지역 등 에너지자립을 실천하고 있는 현장들을 강좌 참가자들이 직접 방문해보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주민들과 함께 배워보자 뜻 모아
 

에너지농부학교를 기획한 이수진(35)씨


“지난 1월에 에너지 문제에 관심 있는 농부들이 한번 모여보자고 했던 게, 에너지농부학교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열게 됐어요.”

 
에너지농부학교를 실질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이수진(35세)씨의 말이다. 수진씨 또한 농부다. 귀농을 하기 전에 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협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10여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활동을 벌여온 환경운동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구 온난화’ 문제는 한국사회에서는 먼 나라 얘기였다. 환경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거나, 현실에서 작은 변화를 일구기 위한 시도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사회도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가 이슈로 다루어져,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수진씨는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수진씨가 괴산 청천면 삼송리로 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2006년 12월이다. 막상 농촌에 와서 살아보니 “농촌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임과 동시에, 기후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몸으로 자각하게 됐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문제는 농촌지역과 동떨어져 도시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환경 이슈’로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서울로 집중되어 있는 지구온난화에 관련된 정보와 교육여건’을 탓하기 전에, 주변에 뜻을 함께 하는 농부들과 함께 “지구온난화에 대해 마을주민과 함께 공유하고,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이 지금의 에너지농부학교로 이어진 것이다.

 
“주제를 세 개로 나누어서 첫번째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알아보자, 두번째는 재생에너지 중 농촌지역에서 시도되고 실험되고 있는 것들을 검토하고 우리는 어떻게 할지, 우리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것이고, 세번째는 홍성, 부안, 산청 등 현장 기행을 가서 우리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하는 것. 이렇게 잡고 농부학교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수진씨 집 지붕에는 15w짜리 작은 태양광발전기가 있어, 집안 곳곳의 불빛을 밝힌다.


재생가능에너지 자립마을 만들려는 농부들의 열기
 
이날 강좌의 내용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및 확대정책을 살펴보고, 가정이나 마을공동체에서 적용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본다’는 주제다. 전북 부안 등용마을에서 에너지자립마을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농부, 이현민(부안시민발전소)씨가 강사로 나와 실천 사례들을 소개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가을걷이로 몸도 힘들 텐데도 참석한 사람들의 집중도는 놀라웠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강좌에서 참석한 농부들의 질문들과 고민은 다양하면서도 현실적이었다. 태양광 설치를 통해 개인이 시민발전소를 만들었을 때 드는 비용과 효과를 논의하고, 석유사업법이 사실상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사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강좌가 끝났음을 알리고 다음 강좌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참가자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너지농부학교에 참석하는 농부들은 재생가능에너지를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어떻게 우리 마을도 에너지자립마을을 향해 갈 수 있을지, 그런 고민들로 나머지 시간들을 꽉 채우고 있었다.
 

밤이 깊도록 농부학교는 계속됐다.


“인근에서 유정란 양계장을 한다. 몇 년 전 태양에너지에 관심이 있어서 당시 정부보조금을 80% 받아서 태양광 3Kw짜리를 설치했다. 현재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로 완전 충당하고 있다.”

 
에너지농부학교에 참석한 신순재(49세, 여)씨의 말이다. 이곳으로 귀농한 지 15년째인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언제나 혼자만의 생각에서 그쳤다.

 
“양계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축분뇨를 사용해 발효해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통해 열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지금은 기초공부부터 해야 될 것 같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으니 너무 좋고 감사할 따름이다. 단기간에 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실현될 거라고 생각한다”

 
밤이 깊어가는데 40여명의 농부들이 모여 공부하는 것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 에너지농부학교에 참석자들은 “학습에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신순재씨는 아직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귀농자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지역 토착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고, 조만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치센터(blog.naver.com/good_energy)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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