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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수다로 마음 푸는 주부들의 예술텃밭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9. 주부극단, 날다! 
 
※ 뛰다는 2001년 ‘열린 연극’, ‘자연친화적인 연극’, ‘움직이는 연극’을 표방하며 창단한 극단입니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20여 명 단원들이 폐교를 재활 공사하여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짓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텃밭 주부연극교실을 시작하다
 

▲ 뛰다의 연극 <할머니와 그림자 상자> 중. 왼쪽이 필자 김수아  © 뛰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뛰다’에 7년째 몸담고 있는 배우출신 애기 엄마 1호 김수아 라고 합니다.

그동안 <하륵 이야기> <할머니와 그림자 상자> <커다란 책 속 이야기가 고슬고슬> <노래하듯이 햄릿> 등등의 공연을 했고 후배들이 들어오고 화천으로 이주할 즈음엔 꼬맹이를(이름은 은우랍니다)품고 있느라 같이 공연할 기회를 갖지 못했지요. 2년간의 휴직기간을 갖고 다시 복귀하여 지금은 180도 달라진 내 삶과 270도 달라진 뛰다의 삶을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지 하루하루 실험하고 살림하며 땀 흘리고 있답니다.

 
지난 여름, 복귀하고 처음으로 하게 된 일은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기획한 ‘텃밭 주부연극교실’이었습니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며 군인 주부들과 일반인 주부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극 놀이 프로그램이지요.
 
20~40대가 많은 군인 주부님들과 50~70대가 많은 화천 지역 주부님들이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마을회관에 모여 세대를 아우르는 활기찬 수다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랍니다. 배우들은 연습을 하기 위해 모이면 일단 몸과 소리를 다듬고 푸는 시간을 갖기 마련인데 어머님들은 수다로 마음을 푸는 시간을 갖는 것이지요.
 
연극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주부로 아기 엄마로 보낸 2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수다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의 차이를 알아가며 함께 있음을 느끼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겁니다. 더 이상 빨리 끝내야 할 쓸데없는 시간이 아닌 것이지요. 비록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어떻게든 그 날 해야 할 과제들을 끌고 가야 할 때면 비지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늘 풍족한 결과에 유쾌하게 웃으며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힘든 시간 견디고 창단 공연 올린 주부극단
 

▲ 작년 겨울, 힘든 시간을 견디고 창단 공연을 올린 <주부극단 날다>  © 뛰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몸이 아파서, 김장을 해야 해서, 농사일로, 마을행사 때문에, 갑자기 남편이 안 나가서, 장마가, 폭설이 등등 우리가 다 같이 모일 수 없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어서 연습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했던 어머님들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겨울 ‘텃밭 주부연극교실’은 ‘주부극단 날다’라는 이름으로 창단공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공연 전 일주일, 매일 매일 모여서 연습해야 했던 그 시간.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서 연습 하다가 전화 받는 일은 다반사고 연습 시간이 늘어나는 바람에 유치원 갔던 큰 아이들 까지 연습실로 데리고 와야 했던 어머님들. 연습실과 아이들의 놀이터가 공존하고, 끼니를 거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머님들이 준비해 오신 압력밥솥 소리와 대사가 공존했던 그 시간. 잠투정 하는 아이를 업고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던 그 시간. 그 시간을 견디고 보니 어느새 공연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즐거워하시던 어머님들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번집니다. 그렇게 ‘날다’는 왁자지껄 하니 첫 발을 내딛었고 조심스레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지요. 연극이 즐거움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그것은 절대로 힘든 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요즘입니다.
 
잠시 멈춘 시간이 가져온 변화들
 
▲ 무대 안에서 무대 밖으로, "지금은 변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_김수아   © 뛰다 

 
공연을 끝내고 알게 되었어요. ‘아, 내가 많이 변했구나.’ 전에는 내가 무대에 올라가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젠 무대에 오르는 과정을 통해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해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답니다. 이러다가 언젠가 다시 무대에 오르면 훨씬 더 유쾌하게 놀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무대에 서는 삶을 잠시라도 멈추면 평생 연기를 하겠다는 꿈을 잃게 될 줄 알았는데 잠시 멈춰 보고 나니 그 시간이 오히려 내 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주는 시간이 되더군요.
 
앞으로 한동안은 무대 밖에서 움직여 볼 예정입니다. 화천의 주부님들과 공연을 만들고 기회가 되면 동네 어르신들과 만나 연극놀이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공연도 만들고 이러고 저러고 그러고…….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들은 참으로 적절한 순간에 오는 것 같습니다. 극단이 화천으로 이주 하면서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환경이 저를 자극했고 결혼을 통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안 되는 것으로부터 새로움이 탄생 한다는 걸 깨달았으며 내 몸에서 파생 되었으나 절대 그 속을 알 수 없는 새로운 우주 ‘은우’를 낳고서 사람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이 발동하였으니 이제 다시 한 번 출발해 보렵니다.
 
무대가 아닌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정해진 목표보다 흘러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 시키는 작업. 변하고픈 욕구가 먼저였는지 갑작스런 변화들이 먼저였는지는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 변해야 할 때인 것 같거든요.
 
그리 길지도 않은 글인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곁가지 생각들을 쳐내느라 반나절을 꼬박 잡아먹으며 이제야 겨우 마무리를 해보려 합니다. 올 여름에도 화천에선 ‘텃밭 연극축제’가 열릴 겁니다. 작년에 생긴 어린 축제지만 제법 알차답니다. 궁금하면 놀러 오세요. 오후 내내 방에 처박혀 있는 마누라 덕에 애기 보고 장보고 저녁상 보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나중에 또 만나요.  (김수아 / 연극배우) 
 
※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카페 방문하기 cafe.naver.com/tu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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