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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제주도 곶자왈을 여행하는 두 가지 방법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1. 6. 29. 07:30
<일다> 고제량의 제주 이야기(4) 교래 곶자왈 
 
6월이다.
 
6월은 아직 한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듯하지만 요즘 6월은 날이 뜨겁다. 점점 봄과 가을은 사라져 가고 있고, 겨울 또한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징후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의 기온을 살펴보면 1.5 도 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피부로 느껴오는 여러 날씨 징후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온난화의 주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CO₂)가 곧 우리들의 생활 습관과 에너지 사용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의 한 토막씩 변화시켜나가면 어떨까? 올 여름 휴가를 떠나는 방법부터 말이다.

교래 곶자왈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 치자. 그렇다면 남들이 선택하는 비행기를 우리는 과감히 버리고 배를 타면 어떨까? 그리고 잠자리는 조촐한 마을 민박에서 자연의 신선함으로 에어컨을 대신해도 좋겠다. 먹는 것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재료를 가지고 맛깔나게 지역의 풍미를 더하는 식당을 사용하면, 먼 길을 석유 쓰며 달려온 재료들로 만든 고급 밥상보다 훌륭한 밥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어디를 봐야하는가가 걱정일까?
 
볼거리들은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수도 없다. 많은 전기를 써가며 건물을 관리하고 화려하게 꾸며 놓은 관광지보다 제주답고 자연생태적인 여행지도 많고,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마을들도 많다.
 
이렇게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며,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여행. 이런 여행이 공정한 여행이고 생태관광이겠다. 생태관광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연적으로 민감하고 좋은 곳에 가는 것만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는지,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여행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생태관광이다.
 
용암이 만들어낸 돌무더기 땅에서 태어난 숲, 곶자왈
 
제주도에는 한반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곶자왈이라는 숲이 있다.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의 점도에 따라 다른 자연환경을 만든다. 부침개 반죽처럼 물렁한 점도가 낮은 용암은 강물처럼 멀리 흘러가면서 용암 동굴을 만들고, 수제비 반죽처럼 떡떡한 용암은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주변에 꾸물꾸물 흘러가면서 굳어진다.
 
용암은 굳어 가면서 쩍쩍 갈라져 돌무더기 땅을 만든다. 이 돌 무더기 땅에 울창한 숲이 이루어졌는데 이곳을 제주도에서는 곶자왈 이라고 한다. 옛 어른들은 곶과 자왈을 달리 정의 했는데 지금은 예전 곶이라 했던 곳이 곶자왈이라 칭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여름휴가 때는 제주도의 곶자왈 하나를 봐도 좋겠다. 그중에 교래 곶자왈은 숲과 목장 그리고 큰 지그리 오름까지 산책 할 수 있어 제주도 자연생태와 공동체 문화의 한 부분을 보는데 아주 좋은 여행지이다. 교래 곶자왈은 2011년 5월 29일 제주도에서 절물자연휴양림과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이어 3번째로 개장한 교래자연휴양림안에 있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교래 곶자왈

▲ 교래 곶자왈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산딸나무 꽃     ©고제량 


제주도 전역에 곶자왈을 4곳으로 분류한다. 조천 - 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이렇게 제주도 면적의 약 6%를 차지한다. 이 네 곳이 나름 지역마다의 특징을 가진다. 선흘 곶자왈의 동백동산과 신평 곶자왈은 상록활엽수가 울창한 곶자왈이다. 그리고 화순 곶자왈은 낙엽활엽수와 상록활엽수가 혼재해 있다. 이와 달리 교래 곶자왈은 낙엽활엽수가 훨씬 많은 곶자왈이다. 그래서 계절마다 확연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교래 곶자왈에서는 큰지그리 오름에 이르기까지 약 3.5 km의 산책로를 따라 가면서 신기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먼저 6월에 더욱 짙어지는 초록의 숲이다. 팽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참회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들과 후박나무, 꽝꽝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가 어우러져 환상의 숲을 이루고 있다.
 
다음은 꽃이다. 때죽나무 꽃, 산딸나무 꽃, 다래나무 꽃과 잎, 찔래꽃. 온갖 꽃들이 피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산책로에 떨어져 발을 디딜 수 없도록 꽃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
 
곶자왈에는 나무와 더불어 바닥에 낮게 깔린 초록의 식물들과 덩굴들도 이색적이다. 고사리류들 그리고 큰 천남성 등, 신기한 곶자왈의 작은 식물들이 마치 큰키나무의 빈 여백을 채우듯이 어우러져 있다.
 
또한 곶자왈 안에서는 자연의 싱그러움과 산전, 가마터, 움막터 등 곶자왈과 사람들이 함께 살았던 인문 문화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산전은 1940년대까지 팥과 피를 재배 했다고 하고, 숯 가마터는 1970년대까지 숯을 구웠다하는데 아직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까맣고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주섬주섬 돌담을 쌓아 울타리로 의지 삼았던 움막터는 지역 사람들의 애잔한 숨결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숲과 풀 그리고 사람들의 흔적을 살피며 가노라면 중간 중간 쉬어 가라고 숲 공연장처럼 야외 교실이 마련되어 있다. 교실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고, 주변을 돌을 잘 다져 계단을 만들어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 잠시 앉아 잔잔히 자신과 숲의 교감을 이루는 명상을 통해 함께 존재하는 것들에 마음을 나누어 준다면 숲 여행이 훨씬 행복해 지겠다.
 
제주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자왈밭 

▲ 제주 특유의 너른 자왈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 자왈밭은 마을의 공동목장이다.     ©고제량  
  
그렇게 한 시간여를 걸으면 제주 특유의 너른 자왈밭을 만난다. 돌과 가시덤불들이 어지러운 곳으로 칭하는 자왈밭은 교래 곶자왈 산책로와 큰 지그리 오름 사이에 잠시 만난다. 제주의 마을 공동체는 마을 근처의 오름과 곶자왈 그리고 너른 풀밭을 마을 공동목장으로 삼았다. 그 목장에 소를 함께 놓아기른다. 봄과 여름에는 풀이 무성한 자왈밭에서 자라던 소들이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 곶자왈 안으로 들어가 겨울을 난다고 한다.
 
곶자왈 안에는 특유의 미기후(지표면으로부터 지상 1.5m 정도 높이까지 기층의 기후. 지표면의 상태나 지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미세한 기상이나 기후상태의 차이가 생김.)로 인해 겨울 동안에도 초록의 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봄이 되면 풀이 나는 자왈밭으로 소들이 알아서 나왔다고 한다.

 
누구네 집 소가 어느 곶자왈에서 풀을 뜯고 있더라는 소식은 마을 누구든 먼저 알게 되면 서로서로 전해준다. 그렇게 마을 공동체는 한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소통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여담으로 운 좋은 집은 겨우내 동안 새끼 소 가족이 늘어서 봄에 주인을 찾아오기도 했단다. 제주에는 아직도 마을 공동체가 공유하는 목장들이 있다. 물론 그동안 많은 공동목장이 골프장이나 개발의 현장으로 팔려 나간 것도 사실이다.
 
교래 곶자왈 산책로를 여행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큰 지그리 오름이다. 해발 600m의 꽤 높은 오름으로서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물장오리, 물찻오름, 절물오름등이 훤히 보인다. 그리고 넓게 펼쳐진 곶자왈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더욱 풍부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는 풍경이다.
 
지금쯤 숲은 연초록빛이 가득하다. 마치 마음과 몸에 초록이 물들 것 같다.  의 공기나 에너지도 충분히 우리 몸과 마음을 치유하지만, 숲이 가지고 있는 초록색 또한 우리 몸을 치유하는 최고의 색이라고 한다. 초록색은 신진대사의 균형을 맞춰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균형을 맞춰 고요한 상태를 만들어준다. 숲을 산책하기에는 아침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가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한다. 교래 곶자왈을 다 둘러보는데 왕복 약 7km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올 여름 우리는 어떤 여행자가 될 것인가?
 

▲지그리 오름에서 내려단 본 교래 곶자왈의 모습.  ©고제량

 
교래 곶자왈의 풍경을 다르게 살펴보는 곳도 있다. 교래 자연휴양림 맞은편에는 에코랜드라고 개발 기업이 골프장과 골프리조트를 운영하면서 한편에 기차를 이용하여 곶자왈을 여행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기차를 타고 한라산 환상 숲을 여행 할 수 있다고 홍보를 하고 있고 정말 많은 여행자들이 기차와 숲이라는 색다른 조화를 찾아 그곳을 찾는다. 입장료 어른 11,000원이라는 높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곶자왈을 보는데도 두 가지 여행 방법이 있다. 한곳은 개발 기업이 으리으리한 시설물을 보태어 만들어 놓은 곳이고, 다른 한곳은 본래 그대로 지역 공동체가 보전해 가는 곳이 있다.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 놓은 곳은 최대한 변형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놓아둔 곳이라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 불편을 유쾌하게 선택할 때 여행자들이 쓴 돈은 지역에 남아 주민을 위해 쓰일 터이고, 개발된 편한 여행지를 선택할 때 그 소비는 제주지역 주민과 상관없이 개발 기업의 소득이 되어 밖으로 유출 된다.
 
곶자왈만 그런 건 아니다. 제주도의 많은 여행지들이 그렇다. 개발업자가 상품으로 만들어 놓은 곳인지, 마을 주민들이 미래세대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보전하고 가꾸는 곳인지 생각을 하고 선택해야 할 곳들이 많다.
 
여행이 세상을 망칠 수도 있고 세상을 변화시켜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여행자가 어떤 곳에 어떻게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 한 지역은 단순 상품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지켜나가는 자산일 수도 있다. 올 여름 우리는 어떤 여행자인가? (고제량 | 제주생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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