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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상주사람들, 역행침식 심화되는 낙동강 지천탐사 진행 
 
※ 필자 이국진님은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 사람들>의 회원입니다.
 
상주의 생태환경단체인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 사람들(이하 ‘강습사’)>은 4대강 공사가 낙동강 지천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살피기 위해 지천 답사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강습사는 상주 지역의 낙동강 지천 중 역사 문화적 유서가 깊은 병성천, 북천, 이안천, 공갈못을 표본으로 삼아 봄, 가을 2차례 같은 장소에서 생태계 답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지난 5월 28일, 에서 주최한 두 번째 상주 샛강 탐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탐사 때와는 달리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놀고, 부모님들은 아이 챙기면서 설명 듣기에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낙동강 지류 중 하나인 병성천으로 내려서는 순간, 다들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강 주변의 모래가 지난주의 비로 인해서 다 쓸려나가 자갈이 드러난 모습이 너무나도 처참했기 때문입니다.
 
4대강 지천 곳곳 ‘역행침식’ 현상 심화되는데…
  

▲ 역행침식 현상을 보이는 병성천.  ©출처:
apsan.tistory.com/562 
 
병성천 주변의 모래가 쓸려 내려간 것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본류의 모래를 너무 빠른 시간에 다 퍼내어 버렸기 때문에 샛강(본류에 합류되는 지천)의 유속이 급하게 변하게 된 탓입니다. 본류를 준설하니 상대적으로 지천의 강바닥의 높이가 높아지게 되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어려운 말로 ‘역행침식’이라고 하지요. 상주를 지나는 4개의 샛강 중, 낙동강과 곧바로 만나는 병성천에서는 역행 침식 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결과는 4대강사업이 물길의 원리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모래를 퍼낸 강바닥에는 다시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모래가 쌓입니다. 내려오면 또 퍼내고, 퍼내면 또 쓸려 내려오는 과정에서 5월 16일에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물을 막기 위해서 박아놓은 거대한 철근으로 이루어진 가물막이가 빗물을 견디지 못해서 쓰러지고, 임시로 공사 차량이 다니라고 만들어놓은 다리마저 무너진 것입니다.
 
역행침식 현상은 대규모 준설이 진행된 4대강 공사현장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남한강의 이포보는 4월말 열흘간 내린 60~90mm의 봄비에 보 시설 일부가 유실되고 제방이 붕괴되었습니다. 5월 구미시 일대에 최악의 단수사고가 발생한 것도 낙동강 준설로 인해 취수장의 가물막이가 유실되어 발생한 것입니다. 같은 달 영산강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일부지역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이렇게 지천에도 뚜렷한 영향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추가로 2015년까지 지천 정비 사업에 20조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해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습니다.
 
강은 사람들의 희망 속에 흐른다

▲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는 한 강은 우리와 흐를 것이다.  ©강과습지를사랑하는상주사람들

 
4대강 사업은 올해 여름 완공 예정입니다. 현재 예정된 준설량을 초과해 준설했지만, 상류에서는 끝없이 모래가 쓸려 내려와 쌓이고 있습니다. 공사 완공 이후에도 대자연의 재앙은 끊이질 않겠지요. 언제까지 모래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샛강 탐사단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샛강 탐사단은 병성천을 거슬러서 상류로 올라갔습니다. 병성천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곳이 병풍산이라는 산이 있어서 그 주변을 따라 흐른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옛날 사벌국이라는 고대 국가가 있었고, 병풍산의 두 봉우리를 따라 흙으로 쌓은 토석성인 병풍산성을 쌓았습니다. 그 안에 병성마을이 있어서 수차로 물을 끌어올려 농사를 짓고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도남서원이 있습니다. 낙동강 맞은편의 절벽이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에 ‘영남의 적벽’이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유학자들이 배를 타고 시를 짓던 곳입니다. 지금은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상주보로 낙동강 물을 막고, 모래를 다 퍼내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식물들과 동물들의 터전이 되던 습지 생태계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발표되고 낙동강이 파헤쳐지기 시작한 지 2년. 생명이 파괴되는 것에 아파하며 상주 강습사가 활동을 시작한지도 1년 반이 되어갑니다. 상주는 경북의 조그만 농촌 도시입니다. 이 작은 동네가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해서 작년 한해 마을마다 찬반 논쟁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개발이 되고 돈이 들어올 것이라는 헛된 망상에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이 파괴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는 걱정은 그저 ‘일부 불만세력의 헛소리’로 치부되고 말았습니다.
 
4대강 공사는 올 여름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모든 문제가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생태계 파괴는 계속될 것이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탐욕스런 공사는 재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4대강 문제는 이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포기가 아닌 희망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절망하기 전에 모여서 함께 걷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강은 사람들의 삶과 함께 흐를 것입니다.
 
상주 지천탐사 문의: http://cafe.daum.net/sangjur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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