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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파괴되는 4대강, 기록은 계속된다
영주댐 건설로 신음하는 내성천에서 온 편지 
 
※ 대규모 준설과 공사로 파헤쳐지고 있는 4대강 현장을 기록하고 있는 사진 활동가 박용훈님이 영주댐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낙동강 지류 내성천의 소식을 전합니다.―편집자 주
 
내성천 영주댐 공사가 몇 달 사이에 엄청난 규모로 커졌습니다. 산기슭 도로에서 내려다보니 댐 공사장 주변의 강이 사라졌고 산은 잘려나가고 논밭은 강에서 올린 모래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아 이전 지형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댐공사장 상류 쪽에도 강과 마을을 한 줄로 이어 빨간 깃발이 나부끼는 곳이 있고, 영주시에서는 강이 수몰되기 전에 모래를 다 퍼내려는 듯 포클레인을 들이대어 모래를 퍼내는데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한 줄로 오갑니다. 4대강사업은 항상 파괴되고 나서야 그 규모를 가늠한다는 것을 새삼 떠올립니다.
 
400년 함께한 마을공동체 1년 만에 무너뜨린 영주댐공사
 

▲ 준설이 계속되고 있는 영주댐 건설지 부근의 내성천.  ©박용훈 
 
고향을 떠나야하는 농민들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댐공사가 시작된 지 이제 갓 1년, 400년을 함께 살아온 마을공동체는 칼로 수박을 쪼개듯 둘로 쪼개졌습니다.

보상이 그만하면 되었다고 순응하는 농민들에게 물어보아도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는 것이 싫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들은 국가가 하는 일을 어찌 막겠는가라는 생각이 더 앞서는 듯합니다.
 
남의 땅을 소작한 사람은 확인서를 써준 땅주인에게 경작보상비의 일부를 주어야한다고들 하는데, 살면서 빚진 것을 갚고 나면 어떤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발로 선 땅의 한쪽은 보상가가 평당 7만원이고 또 한쪽은 9만원이라고 울분을 터뜨립니다. 이 땅 한 평을 보상받아 남의 땅 한 평을 살 수 없으니 어디 가서 농사짓느냐고 하소연도 합니다. 결국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게 보상받은 것 나누어주고 어느 시골 큰 나무 밑에서 막걸리로 세월 보내다 가게 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노인들밖에 남지 않은 농촌, ‘경쟁력’ 없어 대부분 빚지고 사는 농촌이 ‘공익’을 말하는 국책사업을 만나면 이렇게 되는 건가 싶습니다. 애초 이곳은 10여 년 전 송리원댐이 예정되었을 때 지역주민들과 당시 한나라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결사반대로 댐 건설이 백지화되었던 곳입니다. 그렇게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0년이 흐르고 4대강사업과 함께 다시 영주댐이 추진되면서 수몰대상 지역 주민들은 자포자기한 듯합니다. “우리가 이걸 어떻게 막겠느냐…….” “보상이라도 온당히 받을 줄 알았는데…….”
 
허리 굽은 노인들이 머리에 빨간 띠를 둘렀습니다. 깃이 달린 멋있는 중절모에 잘 차려입고 집회장에 나온 노인 몇 분은 자리가 낯설었는지 오래계시지 못하였습니다. 단장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며 모인 마을 분들 앞에서, 영주댐 사업단장님이 보상에 대해서는 자기들은 그 일이 전문분야가 아니라 잘 모르겠노라 하고 공사장 앞에 모인 노인들을 뒤로 하고 들어가자  노인들은 다음에는 영주시내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합니다.
 
소박하고 은은한 멋 지닌 생명의 강 ‘내성천’ 

▲ 소박하고 은은한 멋을 지닌 내성천.     © 박용훈
 
마을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들 내성천을 좋은 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태어나고 또 그들을 평생 먹여 살렸으니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그런데 이 내성천이 적어도 뼝대(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가 참 아름다운 동강만큼의 무게를 지녔다고 말씀드리면 갸웃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동강은 이미 너무 유명해졌고 내성천은 알려지지도 않았거니와 내성천에는 동강에 있는 그런 아름다운 뼝대가 없지요. 그러니 어찌 내성천이 동강만큼 훌륭한 강일까 하는 듯합니다. 강 속 깊이 흐르는 내성천의 모래가 동강의 길게 늘어선 뼝대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내성천의 소박하고 은은한 풍경과 맑은 물결이 동강의 화려함보다 결코 작지 않음을 어찌 설명해야할까요?
 
권위 있는 외국학자가 모래강 내성천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학자들은 내성천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해야한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왔습니다만 어떤 진전이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많습니다만 고민을 함께 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큰 아들 죽어가니 작은 아들 숨넘어가는 것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며칠 전 학계의 몇 분, 지역에서 내성천을 지키고자 애쓰시는 몇 분,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인’의 기자들 그리고 지율스님 등 여러 분이 봉화의 내성천 발원지에서부터 댐 수몰 예정지로, 그리고 하류로 해서 2박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몇 군데만 둘러보았지만 내성천은 온전한 생명의 강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될만한 아름드리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어 강가 여기저기에 서있는 모습, 수달이며 삵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숱한 흔적들, 사람의 발길이 전혀 없는 작은 계곡에서 만난 작은 아름다움들, 전문가들이 자꾸 얘기해줘도 금방 까먹는 이런 저런 새들의 이름, 음악을 들려주면 모여드는 강가의 작은 물고기들.
 
그리고 반갑지 않은 손님들 - 이제 어느 산골 아름다운 냇가에도 나무들을 없앤 자리에 대신 자리 잡은 어울리지 않는 돌망태기 제방들, 콘크리트 인공구조물들 그리고 수달의 배설물이 잘 보이는 근처에서 작업하는 포클레인과 덤프트럭들(아마도 사전환경조사에서는 ‘수달 없음’이라고 나왔겠지요), 깊은 계곡까지 자리 잡아 숲을 황폐화하는 외래종 가시박들.
 
조사와 기록, 알려내는 작업 계속되어야 

▲  3월 16일까지 조계사 내 '스페이스 모래'에서 전시되는 '4대강 만화방 프로젝트' 중 박건웅, 정용연, 황용택 작가의 공동작업 <4대강 과거에서 미래까지>  

 
깊은 고민과 함께 이런 저런 의견들을 나누었습니다.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조사와 기록, 내실 있는 참여와 국내외로 알려내는 작업 등이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성천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이번 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일 3월1일은 팔당 두물머리에서 대규모 천주교미사가 있습니다. 4대강사업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1돌을 맞아, 소송을 승리하고 갖게 되는 뜻 깊은 자리입니다.
 
조계사에 마련된 4대강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 모래”에서는 지율스님과 이상엽작가의 사진전에 이어 지금은 만화작가들의 관련 전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3월 하순경 팔당 유기농지 보전 문제를 알려내는 전시회가 이어질 예정이며,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4대강을 알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스페이스 모래는 서울시민들에게 4대강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려내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공간입니다.
 
4대강을 묵묵히 기록하는 사람들의 기록물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열렸던 4대강 UCC 공모전의 수상작품들을 가지고 각 지역을 찾는 UCC투어도 원주를 시작으로 과천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인 3월 5일에는 영주 파머스마켓 강당에서 영주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3월 18일에는 대구에서 예정되어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학자 등과 지역주민들이 만나서 환경의 관점에서 보는 우리시대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많은 분께서 관심가지시면 좋겠고 이러한 모임이 좀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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