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3)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입춘도 우수도 지났습니다.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 아직 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완전히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달이 바뀌어 춘삼월이 오면 동면한 개구리가 깨어난답니다. 경칩입니다.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진정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겨울을 알지 못하기에 봄 또한 알지 못합니다. 여름과 가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사계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눈도 내리지 않고 추위도 없는 코스타리카, 거기에서는 오직 비가 내리다가 바람이 불고 볕이 날 뿐입니다. 내 마음의 비 비 오는 계절, 우기에..
FTA 협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농업 분야가 많은 타격을 받게 된다는 분석이 자주 나왔다. 그런데 이 분석들은 대체로 농업 자체에 대해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즉 산업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전근대적인 분야인 농업은 어쩔 수 없이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녹색평론)의 지은이 쓰노 유킨도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령 전 세계가 공업사회로 이행하여 농업인구가 1할이 되었다고 하자. 그때 전 인류 중 9할의 노동인구를 받아들일 2차, 3차 산업의 구도는 준비되어 있는가.” 자연과 접촉하며 땅을 지킨 ‘소농’ 쓰노 유킨도는 전세계적으로 아직도 많은 농민들이 소농으로, 즉 좁은 땅에서 자급자족의 규모로 농경을 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소농은 전근대적이고 생산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