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유령’들을 위한 응원유은정 감독의 영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여성 청년’의 삶은 꽤 가혹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의 중요성을 외친 게 100여 년 전인데 여전히 ‘자기만의 방’인 원룸 하나 얻는 일도, 매달 일정한 수익을 버는 일도 쉽지 않다. 거기다 이 사회가 ‘여성 청년’에게 원하는 건 또 왜 이리 많은지. 행동을 어떻게 해라, 무슨 옷을 입어라/입지 마라, 머리카락 길이마저 간섭과 제재의 대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많은 ‘여성 청년’들이 모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조용히 내 할 일만 하면서 아예 주변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거나, 죽도록 열심히 일해 성공을 쟁취함으로써 그 누구도 만만하게 볼 수 없도록 하거나. 영화 (유은정 감독, 한해인..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죽음연습 (4) 놀이가 된 죽음 ▲ 스코틀랜드의 에딘버그 성 풍경. 이 도시 곳곳에는 죽음의 역사가 깊이 배여 있었다. © 이경신 잔뜩 찌푸린 하늘, 물기를 머금은 대기, 우산을 내치는 바람. 이른 아침, 온 몸을 비옷으로 감싸고 호텔을 나섰다. 떨어지는 빗방울 때문일까? 긴 세월을 견뎌낸 건물들의 짙은 검은 빛과 벽 위 군데군데 자리 잡은 이끼의 선명한 녹색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눈길을 끈다.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생생한 이미지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낯선 도시, 그 도시의 옛 중심가 거리는 어둡고 비좁은 골목길들로, 미끄러운 작은 계단들로 이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도착한 스코틀랜드의 에딘버그, 이 도시를 배회하며 다닌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