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보다는 사람을, 사진 찍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선택한 어느 엄마와 세 딸의 아시아 여행기입니다. 11개월 간 이어진 여행, 그 길목 길목에서 만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필리핀 보홀 섬 필리핀에서 지내다 보니 집이 별거냐 싶다. 날씨 탓이 크겠지만 여기 집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음새마다 벌어진 틈으로 바람이 드나들기 일쑤고, 칠이 벗겨졌거나 아예 칠해지지 않은 집들도 많다. 하지만 다들 개의치 않고 산다. 때 되면 밥해 먹고 날 저물면 몸 누여 쉴 수 있는 곳으로 족하기 때문일까. 하긴 원래 집은 그런 것인데, 살다보니 그 단순한 진실이 자꾸만 어렵고 복잡해진다. 보홀 섬 바클라욘(Bohol Baclayon)에 ..
*풍경보다는 사람을, 사진 찍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선택한 어느 엄마와 세 딸의 아시아 여행기입니다. 11개월 간 이어진 여행, 그 길목 길목에서 만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까미귄 섬① 싼 비행기를 골라 타느라 매번 한밤중 아니면 꼭두새벽에 공항 출입이다. 필리핀 세부(Cebu) 공항에 도착한 것도 역시나 새벽 두 시. 공항 안에서 어정대다가 날 밝거든 길을 나서야지 했는데, 짐 찾아 몇 걸음 나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공항 바깥 길이다. 미적거릴 틈을 안 주는 참 인색한 공항이다. 일주일에 오직 하루 금요일 밤에만 출발하는 까미귄 행 배표를 가까스로 구해놓고 비자를 연장하러 이민국으로 뛰어갔다. 섬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