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잘하는 수컷으로 인정받고 싶니?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의 허망함 열아홉 살 때였다. ‘남자다운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나는 세 살 연상의 남성스러운 학군단(학생군사교육단)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는 과묵하고, 듬직하고, 자상했다. 화이트데이였다. (찝찝한 첫 경험 이후 화이트데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모든 기념일이 싫다.) 어쨌든 그는 화이트데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줄 것이 있다며 나를 집으로 유인했다. 알았다. 우리가 섹스하겠구나. 뭘 입고 갈까 고민하다 여성스러운 원피스를 입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집에서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줬다. 버섯을 깨끗하게 씻고 칼로 송송 자르는 그의 손이 아름다웠다. 깨끗하고 계획적이고 책임감 있고 남자다운 그가 요리하는 모습이 이색적이고 신선했다. 나..
네 몸이 정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나봐 19. 아들의 몽정 ‘아들 키우는 엄마’가 쓰는 초등학생 성교육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김서화 씨는 초딩아들의 정신세계와 생태를 관찰, 탐구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의 저자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바로가기 ‘이제는 동생이랑 같이 목욕 안할 거야’ 큰 녀석은 11살, 작은 놈은 31개월. 우리 아이들은 최근까지도 함께 목욕을 했다. 나이 차가 많아서 큰 녀석이 어린 녀석의 위험을 감시하는 역할이 더 크긴 했지만, 종국에는 욕실을 물 천지로 만드는 일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그렇게 목욕인 듯 놀이인 듯, 첫째가 둘째와 한 시간 정도 놀아주면 나는 간만에 자유의 향기를 힐끗 맛본다. 그 향기 속으로 간간히 수도세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열린 욕실 문을 향해 의자를 돌려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