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 (33) 책 읽기의 놀라운 경험 이경신 ▲ 알베르토 망구엘의 (세종서적, 2000) 표지. 지금 나는 부엌에서 알베르토 망구엘의 를 읽고 있다. 가까스로 실내로 비집고 드는 햇살에 의지해 책의 활자를 천천히 눈으로 더듬어간다. 우리 집에서 책 읽기 가장 좋은 공간은 부엌이다. 온갖 자료와 책들, 컴퓨터, 프린터,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놓여 있는 책상 위보다는 식탁 위가 한가롭기 때문이다. 적어도 독서대를 펼칠 정도의 여유 공간은 언제나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식탁은 빈 공간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답답하지 않아 좋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식탁을 책상 대신으로 사용해 온 까닭도 도서관의 열람실이나 독서실의 칸막이 책상보다는 그냥 앞이 탁 터여 있는, 넓지막한 탁자가 책 읽기에 이상..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32) 도서관이 안겨 준 생각들 핸드폰이 들썩인다. 도서반납일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반납일은 왜 이리도 빨리 돌아오는지! 시립 도서관에서 책은 2주 동안 대출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1주 더 연장할 수도 있다. 대출기간이 결코 짧지는 않지만, 책만 보고 살 수는 없으니 매번 대출기간을 꽉 채우고 만다. 이번에도 인터넷으로 반납연장을 해볼까 했는데, 누군가 예약해둔 상태라서 무조건 책을 들고 부지런히 도서관으로 달려가야 한다. 매튜 배틀스가 에서 전하는, ‘도서관이 숨을 쉰다’는 책 관리자의 재미난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거대한 몸이 숨을 들이켜고 내뱉듯, 도서관에 책들이 밀려들고 나간다는 것이다. 생명체처럼 숨 쉬는 도서관이라……. 그렇다면 책을 빌려보는 사람들은 도서관이란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