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그녀들의 목소리’ 찾기 미씽: 사라진 여자 ※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부턴가 벌레들이 우리의 언어생활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맘충, 급식충 등 우리 사회에서 벌레로 우글거리는 혐오. 특히 ‘어머니 벌레’라는 뜻의 맘충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혐오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왜 맘충은 있고 파파충은 없는 걸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무조건 여자라고 규정한 전제가 아닐까. 자녀 양육이 온전히 여성에게만 짐 지워진 현실을 통렬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이언희 감독, 엄지원 공효진 서하늬 주연 영화 (2016) 스틸 컷 ‘가정주부 이데올로기’의 억압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 35개국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다. 2007년 49만 명 정도에 이..
내가 불쌍해보이나요? 글을 쓰는 이유 나의 경험이 ‘자극적인 사연’으로 이야기될 때 글을 쓰는 게 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나둘 기억을 꺼내다보면, 29년 동안 내가 가해온 폭력과 당했던 폭력이 빈 종이에 가득 찬다. 겪었던 일을 조각조각 모아놓으면 내가 봐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정말 내가 다 겪었던 일인가? 다 공개해도 되는 걸까? 내가 너무 우울한 사람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말하고 싶은 나와 망설이는 나 사이에서 타협해가며 간신히 글을 추리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염려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런 일을 겪다니…불쌍하다”, “막장이네”, “글로 쓰는 용기가 대단하다.” 언뜻 달라 보이는 반응 속에는 내가 ‘유별나게 불쌍한 여성’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그런 다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