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렵지 않을만큼 잘 살고 있나?
며칠 전에 본 재난영화 속의 두 장면이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터져 나오는 용암이 불비로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희열로 가득 차 죽음을 맞는 광인과, 거대한 산도 거침없이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해일이 밀려오는 중에도 담담히 생을 접는 노승. 두 사람은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은 도취되어, 또 다른 사람은 초월한 듯 죽음을 받아들인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의 죽음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는 없다. 다만 실감하지 못하며 조금이라도 그 시간을 뒤로 미루길 바랄 따름이다. 생명체인 이상 그 생명을 보전하려는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경험으로 말하다/이경신의 죽음연습
2009. 11. 18.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