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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5. 9. 17. 20:00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에릭 라티고 감독, 2014)가 개봉 16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천만 관객 시대에 엄청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성 영화로서는 좋은 성적이다. 영화는 이미 많은 사람이 호평했고, 그만큼 좋은 작품이다. 음악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감동, 장애라는 특수성과 장벽의 문제를 웃음이라는 방식으로 가족 이야기 안에 담아낸 영화 <미라클 벨리에>.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  에릭 라티코 감독, 루안 에머라 주연의 영화 <미라클 벨리에>(프랑스, 2014)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 분)는 우연히 학교 합창부에 들어갔다가, 처음으로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녀에겐 함께 하며 목소리가 되어주어야 할 가족이 있다. 급기야 아빠는 시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다. 그러한 가족들의 상황에서 폴라는 새롭게 눈 뜬 자신의 꿈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단순히 감정적인 부분에서가 아니라 여러 정황과 맞물리며 더욱 심각해진다.

 

주제를 본다면 조금 심각한 드라마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영화는 유쾌함을 쭉 유지한다. 폴라와 그녀가 좋아하는 남학생에 얽힌 이야기, 또래들이 보여주는 평범하고 깨알 같은 모습, 청각장애를 가진 부부와 남동생의 섹스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큰 웃음을 준다. 주인공인 벨리에 가족의 분위기와 이들이 몸짓으로 말하는 대화의 내용도 밝은 느낌을 준다.

 

영화는 줄거리에만 집착하지 않고 개별적인 사건을 조금씩 잘라가며 등장인물이 처해 있는 상황과 배경을 잘 드러낸다. 장애, 가족, 정치, 음악, 섹스, 독립 등과 관련하여 다루고 있지만, 산만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 안에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뚜렷하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다 보니 관객들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특유의 유쾌함은 덤이다.

 

▲ 폴라에겐 늘 함께하면서, 수화와 말을 번갈아하며 통역해주어야 할 청각장애인 가족이 있다. <미라클 벨리에> 
  

그러나 이 영화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준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보며 청각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환경’에 초점을 두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특히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소시민인 아빠의 시장 선거 출마나 가족 내에서 통역자인 폴라가 가지는 역할, 엄마가 폴라에게 느끼는 감정(그녀는 딸이 자신과 남편처럼 청각장애인이기를 바랬다) 등에서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읽을 수 있다.

 

나는 영화를 보며 더욱 중요한 부분은 환경과 유쾌함의 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시적 영역으로 등장하는 시장 출마 에피소드뿐 아니라 이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소소한 과정에서 웃음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웃음이 따뜻하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간다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 이 영화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꽤 현실적인 설정과 접근에 더욱 신경을 썼다는 점이 그러한 생각을 더욱 키우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꼽는 영화의 명장면은 ‘들을 수 없다’는 상황을 관객에게 경험으로 전달해주는 장면이다. 딸이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 한 곡이 연주되는 잠깐의 시간을 통해 관객 대부분은 그런 상황에서 청각장애인 부모의 마음을 어느 정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  무대 위 폴라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던 아버지가 딸의 목떨림을 통해 노래를 느끼는 장면.  © 미라클 벨리에  

 

폴라와 부모의 갈등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가족의 품을 떠난다’ 이상의 중첩적인 감정을 안고 있는 네 사람은 한 곡을 통해 마침내 풀려난다. 영화에 등장하는 “비상”이라는 곡이다. 프랑스 샹송의 거장 미셸 사르두(Michel Sardou)의 곡은 극중 상황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며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가슴 따뜻해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미라클 벨리에>는 아직 상영 중이다.  블럭 

 

※ 폴라 벨리에 역의 루안 에머라가 부르는 “비상” http://bit.ly/1y18A3D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알아 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 올라요

 

어머니는 어제 근심스런 눈으로 절 바라보셨죠

이미 뭔가를 알고 계신 것처럼

하지만 전 아무 문제 없다고 안심시켜 드렸죠

어머닌 모른 척 해주셨죠 아버진 어색하게 웃으셨고

 

돌아가지 않아요

조금씩 더 멀어질 거에요

역 하나 또 역 하나를 지나면

마침내 바다를 건너겠죠

 

내가 걸어오는 길에 흘린 눈물을

부모님은 아실까요

전진하고픈 나의 약속과 열망

나 자신에게 약속한 내 인생을 믿을 뿐

멀어지는 기차 안에서 왜, 어디로, 어떻게 갈지 생각에 잠겨요

 

내 가슴을 억누르는

이 새장을 참을 수 없어요

숨을 쉴 수가 없죠

노래할 수도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알아 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 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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