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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살린 에너지전환 사례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강준

귀싱 지역의 한 학교 지붕에 설치된 태양에너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소비지출은 연간 906만3천688원이다. 이중 12.9%인 116만9천137원이 전기료, 연료비, 광열비로 지출됐다. 그런데 만약 에너지를 지역 내에서 자립한다면, 얼마의 경제적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일까?

 
이를 테면 유채와 재생가능에너지로 자원형 순환사회를 모색하고 있는 전북 부안군에서 에너지자립형 체계를 만들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가구당 에너지 소비지출액을 적용하면, 2만7천54세대에서 연간 316억 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내부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농어업이나 산업용으로 쓰는 에너지를 100%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에너지자립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산업과 농업에 투자한다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도시의 예는 어떨까. 과천의 시영 마을버스의 1년 경유소비량은 12만3천18리터였다. 과천시의 학교급식 등 집단급식소의 폐식용유 5만2천536리터를 수거해 바이오디젤을 만들면 약 43%를 대체할 수 있다. 지난주 경유 소비자가(1천641.95원)로 환산하면, 마을버스에서만 연간 8천600만원을 내부 경제화하는 셈이다. 고유가와 환율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측면에서, 지역에너지 체계는 매우 유용한 경제, 산업정책인 것이다.
 
잉여 농산물을 에너지로 전환, 무레크 농부들이 일군 변화
 

무레크의 주유소, 바이오디젤을 주유하는 모습

이런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몽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역에너지체계로 지역경제를 부흥시킨 실례들은 많다. 오스트리아의 변방에 있는 무레크와 귀싱은 20년 전만 해도 동구권에 인접한 전형적인 빈촌이었다.

 
무레크(mureck)는 인구 1천700명의 작은 농촌마을이다. 그런데 전 세계가 지금 이 곳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도 많이 소개된 바 있는 그라츠 시의 바이오디젤 버스에 쓰이는 연료를 다름 아닌 무레크 농부들이 만든 바이오디젤 회사에서 공급하고 있다. 무레크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디젤 100% 주유소가 있는 곳이다.

 
무레크의 에너지자립 운동은 1985년 옥수수를 생산하고 돼지를 사육하던 농부 셋이 맥주를 마시면서 나온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오일쇼크로 인한 유가와 비료가 상승 등으로 피폐해진 현실을 고민하던 중, 잉여생산 농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데 의기투합하였다.

 
무레크에서는 농부들이 바이오디젤, 전력, 그리고 열 생산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농부들이 SEEG Mureck(바이오디젤 플랜트), NAHWARME Mureck(지역난방 시스템), okostrom Mureck(바이오가스 플랜트)라는 기업을 만들었다. 마을에 필요한 에너지의 총량은 난방, 전기, 연료 총합으로 9만MWh인데, 무려 15만2천MWh를 생산해내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률이 170%에 달한다. 무레크 주민 1인당 1천500유로의 에너지지출 비용을 자체 해결하게 되었다.

 
‘화석연료로부터 100%독립’ 귀싱 지역정부의 결단과 노력

 
한편, 귀싱(Guissing)은 헝가리와 맞닿은 국경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다. 귀싱 지역은 28개의 작은 마을로 구성된 공동체로, 지역 인구는 2만 7천명이고 귀싱시 인구는 4천명 정도다. 1980년대 말까지 ‘철의 장막’ 영향권 아래 높은 실업률과 인구감소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정부의 주도하에 1990년에 ‘화석연료로부터 100% 독립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1991년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통해 지역에너지를 자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8년 현재 귀싱의 에너지 생산설비는 40MW이다. 석유 대체연료로 바이오디젤을 200%를 충당하고, 열은 98%, 전기는 140% 충당하고 있다. 지역에너지 시스템은 지역경제를 살려냈다. 475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고, 42개 기업이 만들어졌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에너지를 생산해 가난에서 벗어나고 외부로 유출되던 돈을 지역에서 재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든 것이다.
 
귀싱 지역 28개 마을에서 사람들이 에너지 구입을 위해 지출하는 3천600만 유로의 돈은, 이제 공동체로 돌리는 방향으로 사용된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 단계별 전략을 세워 실천했다. 귀싱 에너지실험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레인하드 콕(Reinhard KOCH)씨는 지역에너지 체계가 변모시킨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역 내에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돈을 다른 곳에 쓸 여유가 생겼다. 여러 가지 문화활동과 클럽활동이 활발해졌다. 과거에 문을 닫았던 상점이 다시 문을 열고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건물이 많이 생기고 있다. 돈 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지방정부의 세수도 늘어나고, 재정적인 여유가 생긴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귀싱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철학이 있는 에너지 프로젝트는 계속 진화한다

 

귀싱의 바이오매스 플랜트

무레크와 귀싱의 사례는, 에너지자립을 통해 내부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동시에 우리는 두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누가 주체가 되었는가의 측면이다. 농민과 지역주민, 그리고 지자체와 정치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귀싱 모델은 지역정부 주도로 에너지자립을 이룬 사례다. 20여 년 전 귀싱 시의 공무원이었던 라인하드 콕씨가 제시한 “화석연료 공급으로부터 100% 자유로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에 대해 시장이 동의하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진행과정에서 교사, 전문가, 농민 등 여러 사람의 참여와 도움이 있었다. 처음에는 지역 내 공공에너지를 효율화하고 절약해서 생긴 예산과 중앙정부지원 예산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설치했다. 지금은 이미 투자한 재생에너지 설비의 수익과 지자체 및 중앙정부의 지원, 유럽연합 차원의 프로젝트를 결합하여, 귀싱 실험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귀싱에는 지금도 매년 새로운 설비가 2, 3개씩 만들어지고 있다.

 
둘째, 지역 내 잠재자원을 활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무레크는 귀싱과 달리 지역농민 주도로 성공한 사례다. 농부들이 출자하여 재생가능에너지 기업을 만들고, 지역 내 잉여 농산물을 원료로 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오일쇼크를 계기로 옥수수나 유채 등을 이용한 바이오디젤 회사를 만들고, 축산분뇨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설비를 만들었다. 또한 해마다 농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산물과 해마다 성장하는 나무를 이용해 난방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예컨대 축산농가는 분뇨를 제공하고, 액비를 받아 거름으로 쓴다. 단순히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자원순환형 친환경농업으로 연결되어 있다. 무레크의 바이오디젤 회사 SEEGCEO인 라이터 하스(Josef Reiter-Hass)씨는 식량과 연료작물의 충돌문제와 관련해 명쾌하게 답변한다. “첫째는 사람이 먹는 것이고, 둘째는 가축의 사료, 그 다음이 연료”라는 것.

 
이곳에서 생산하는 바이오디젤 원료의 90%는 폐식용유이고, 10%만이 유채를 쓴다. 농부들이 만든 에너지기업의 철학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너지전환, 한국에선 왜 성과를 거둘 수 없을까

 
귀싱과 무레크의 사례를 보면, 역설적으로 국내에서 이 같은 실험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지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일단, 지역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조성되어야 한다. 무레크는 지역 농부들 주도로 시작했지만, 지자체 등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설치비의 30%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

 
더구나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우리와 달리 제도적 장벽이 없었다. 예컨대 부안 지역에서는 유채재배를 통해 비아오디젤을 생산해도, 이를 정제하여 농기계에 넣어 사용할 수 없다. ‘유사석유 사용금지’ 조항에 걸리는 것이다. 심지어 바이오디젤을 사실상 경쟁관계에 있는 정유사에서 혼합하도록 하고 있고, 연간 생산량 쿼터를 정해 놓았다. 바이오디젤의 국내보급 확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다수 국가에서 농촌지역의 풍부한 바이오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산업정책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유럽국가에서는 농촌을 배경으로 정치인들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바이오 에너지 확산을 위한 국가적 지원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진보, 보수의 구분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제도정치 현실은 원자력과 석유산업에 포박되어 있다. 오스트리아의 귀싱과 무레크의 실험은 우리의 지역운동과 정치운동, 그리고 노동.시민사회운동이 지역과 환경을 살리는 에너지전환 운동에 주목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08/10/13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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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치센터(blog.naver.com/good_energy)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이강준님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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