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럽게 놓고” 바라본 여자사람, 엄마 전지의 꽃샘추위가 찾아온 날, 옷깃을 꽉 여미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을 찾았다. 철공소에서 흘러나오는 기계 소리와 쇳가루 냄새를 맡으며 골목을 따라 돌아 돌아간다. ▲ 전지의 © 일다 문을 열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아늑한 느낌의 전시장이 나온다. 이자람과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잔잔한 노래에 몸도 풀리고 마음도 노곤해진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느 집 앨범에도 한 장씩 들어있을 법한 사진들이 연필로 그린 그림이 되어 걸려있다. 결혼식 사진부터 해외여행 가서 부부가 코끼리 타고 있는 사진, 놀러가서 꽃밭에서 찍은 사진, 유치원 생일파티에서 한복을 입은 딸과 엄마 사진 등등. 사진 옆에는 글귀가 적혀있다. “니 할머니네 바닷가야. 나는 바다를 안 좋아해. 바다에..
나혜석의 마지막 독백 이상경 “인간으로 살고 싶다”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편지자 주 아이야, 너는 나보고 가지 말라고 하는구나. 그 말에 나는 무춤하게 서서, 그렇게 또랑또랑 큰소리로 말하는 너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게 된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그 요철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세상이 완연히 굴곡질 터인데, 내 귓가에는 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나보고 ‘바보, 등신 아줌마’라 하였느냐. 네 말이 옳다. 나는 바보요, 등신이다. 이렇게 침을 흘리고 팔다리를 비틀거리며 기우뚱거리며 일어나 움직이는 모습이 네 눈에는 필시 천치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내 몸 껍데기만 주시하여 볼 뿐, 그 아래에서 생동하여 움직이는 영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