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드러내는 곳, 그리프 서포트 뚜껑을 덮어버린 고통을 마주볼 수 있도록… ‘기운 내자, 활기차게’ 머리로 알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 한 켠 어딘가가 살짝 묵직하다. 이런 묵직함은 언젠가 마음 속 저 깊이에 넣고 뚜껑을 덮어버렸던, 소중한 사람이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슬픔 혹은 분노, 자책감, 절망, 아픔, 망연자실함, 즉 ‘그리프’(grief)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쯤 자신의 ‘그리프’(grief: 깊은 슬픔, 비탄, 고뇌, 한스러움)를 자각하고 돌보는 건 어떨까? 작년 4월 일본 도쿄 세타가야에 문을 열고 가슴 속에 그리프를 품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리프 서포트 세타가야’를 찾았다. 우리 삶에 광범위한 ‘그리프’ ▲ 그리프 서포트 하우스 입구로 안내하는 ..
죽어가는 새를 지켜본 날 [죽음연습] 데스 마스크, 죽은 이의 초상화, 사후 사진 의 저자 이경신님의 연재 ‘죽음연습’. 필자는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죽음의 순간 어느 해 여름날, 프랑스 여행 중 길을 걷다가 한 작은 마을 샘터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뤼네르 성인(St. Lunaire)의 샘’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곳에는 주물 격자문이 달린 작은 돌집이 있었다. 샘물이 갇혀 있는 것이 신기해서 안을 기웃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땅바닥에 눈길이 갔다. 그 순간 내 발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작은 새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뒤로 엉거주춤 물러섰다. 하마터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