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非婚) 여성의 귀농…라봉이 들려준 제주살이 귀농 4년차, 함께 또 홀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힘 작년 5월, 제주로 여행을 갔다. 당근이 많이 나는 제주 동쪽의 조용한 마을, 구좌읍 하도리에 묵을 때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보러 그곳에 온 라봉을 우연히 만났다. 처음 내 시선이 머무른 건 라봉의 시커먼 손이었다. 화산토가 쏟아져 내려 검은 흙이 많은 제주, 그곳에서 농사짓는 라봉의 손에는 손톱까지 까만 흙이 가득 박혀 있었다. 라봉은 손을 깨끗하게 씻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얘기 들어보니 기계는 물론 괭이조차 쓰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흙을 뒤집어가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그 손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귀농에 대한 낭만이 깨지는 것 같았다. ▲ 제주여성농민회 언니들과 풍물 배울 때. 가운..
성평등지수 117위, 그래도 여성전용주차장이 부럽니? 유리천정이 깨어졌다고 착각하는 한국 사회 지난 달 28일 세계경제포럼(WEF)은 ‘2014년도 글로벌 성 격차(Gender Gap)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性) 평등 지수가 0.640점으로 세계 142개국 가운데 117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136개국 가운데 111위였다.) 언론은 여성대통령을 배출한 한국의 성평등 지수가 너무 낮다며 대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항상 언론의 이러한 뜨거운 질타는 뜨거운 만큼 빨리 차게 식으며,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새로운 뉴스에 묻혀 ‘성평등 지수’같은 것은 금방 잊혀진다는 점이다. 여성 최초 OOO! 그런데 2호는 누구지? 정치철학이나 정책은 논외로 하였을 때, 한국에서 최초로 여성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