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엄마도 저런 일 있었다고? 진짜?” 10. 일상의 젠더 폭력 ‘아들 키우는 엄마’가 쓰는 초등학생 성교육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김서화 씨는 초딩아들의 정신세계와 생태를 관찰, 탐구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편집자 주] 성추행 피해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한 걸까 언젠가 TV뉴스에서 지하철 성추행에 대한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저녁을 준비하던 나는 “사람 많을 때 지하철 타기 정말 싫다니까. 저런 놈들 너무 많아!”라며 한탄 섞인 혼잣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아들이 화들짝 놀랐다. “엄마도 저런 일이 있었다고?”, “있지. 왜 없어.” 나의 대수롭지 않아하는 말에 아들은 더 놀랐는지 어느새 싱크대 옆까지 와서 얼굴을 치켜들고 나를 뚫어지게 본다. “정말? 진짜 저런 일이 있었다고? 엄마가?..
강간은 남성성의 본질이 아니다 읽기 관계에서 상처는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는 타인을 만날 수 없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내 자리를 내어주고, 또 내 공간으로의 침입을 용인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공간이라는 말은 추상적이기도, 심리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물리 법칙만큼 실제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사실은 관계 맺음에 있어서, 나도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근거여야 한다. 즉, 내가 다가가고자 하는 ‘그/녀’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 없이, ‘그/녀’의 기꺼운 환대 없이 다가간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침범이다. 그러니 ‘너는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최소한 ‘어떻게 하면 나를 받아주겠니’는 그나마 낫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