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안 바뀌어도 우리는 바뀔 수 있다’영화 가 보여주는 여성연대의 힘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종종 고달프다. 한번 ‘빨간약’을 먹고 나서 진짜 세계를 보고 나면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진짜 세계가 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괴롭고 끔찍하다는 걸 알고 난 뒤엔,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이슈는 빨간약을 먹고 나면 굉장히 아프게 다가오는 사실 중 하나다. 학교에서나 언론에서 접하는 내용으로 다들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면 알수록 그 역사가 가진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는 걸 깨닫게 된다. ‘미투’(#MeToo)의 시초라고 불리는 故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이 어떤 의미였는지 와 닿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속적으로 요구..
스토킹범죄 처벌 법안, ‘이의 있습니다!’젠더와 입법포럼에서 피해자 보호 요구 한 여성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한다. 회사 동료들과 일주일에 한번 가는 맛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파스타를 먹는다. 퇴근 후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며 맥주를 한 잔 마시고, 혼자 귀가한다. 화면이 조금 옆으로 돌아가면, 이 모든 걸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남성이 보인다. 이런 장면을 ‘애절한 사랑’이나 ‘여자를 지켜주는 듬직한 남자’라고 포장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은 이게 썸도 데이트도 아닌 ‘스토킹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킹 범죄’는 현행법에 따르면 경범죄에 불과하다. 폭력, 추행, 주거침입 등 ‘진짜’ 범죄 행위가 동반되지 않는 한, 고소한다 해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