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겨울, 프랑스의 명절이 된 종교축일들 ‘교육일기’와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www.ildaro.com 1월은 ‘걀레트 데 루와’의 달 프랑스의 1월은 ‘걀레트 데 루와’(galette des rois. ‘왕의 파이’라는 뜻)로 시작한다. 이것은 주현절(1월 6일. ‘주님이 나타난 날’이라는 뜻)과 관련된 풍습인데, 서구 기독교에서 주현절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동방박사들이 아기예수를 경배하러 온 날로 삼고 있다. 이를 기념해 프랑스 사람들은 ‘걀레트 데 루와’라고 불리는 파이를 먹는데, 이 풍습은 1월 내내 전국적으로 이어진다. ▲ '걀레트 데 루와' ..
어머니가 입원해 계셨던 슬픈 크리스마스 일곱 살 때였다. 그 해 크리스마스 며칠 전 갑자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간난 아기인 남동생은 어머니와 병원에 있었고, 직장과 어머니 간호로 아버지는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 올망졸망한 우리 세 자매만 덩그러니 집에 남아 여러 날을 보냈다. 방만 나서면 툇마루나 부엌은 얼음장처럼 추웠다. 손을 호호거리며 눈 쌓인 마당을 종종걸음으로 왔다갔다했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뭘 하러 거길 오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참 추웠다는 느낌만은 또렷이 남아있다. 그 이후에도 겨울은 늘 추웠지만, 그때가 인상적인 건 꼭 추워서만은 아니었던 같다. 지금 생각하면, 춥다고 느꼈던 그 감정의 실체는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얼굴도 볼 수 없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