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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을 드러내는 비전화(非電化) 목조카페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토대와 벽 골조, 지붕틀 설치


※ 필자 이민영님이 목공을 배우고 적정기술을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도시를 꿈꾸면서 일상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주변 건축공사 장면들이 심상찮게 눈에 들어왔다. 최근 서울혁신파크 내 건물이 지어지고 인근에는 대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서고 있는데, 거길 기웃거리게 된다. 내 집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뚝딱거리는 소리가 불편하지 않고 어디까지 지어지고 있나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자꾸 눈길을 주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건설노동자 분들은 이 어설픈 손놀림의 청년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궁금하신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관심을 표현하신다.


▶ 주변 동물들도 환경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콘크리트 위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늘 다니던 길의 촉감이 달라져 당황했을 테다. ⓒ촬영: 오수정


카페 레이아웃과 토대 설치


콘크리트 양생을 마친 뒤, 기초 위에 먹줄을 튕겨 레이아웃을 표시했다. 비전화카페는 외단열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기초 콘크리트의 외곽선으로부터 단열재를 넣고 외장할 만큼의 넓이를 계산해 안쪽으로 선을 그었다. 볏짚 350mm, 흙미장 100mm, 회미장 50mm를 예상해 기초 외곽선에서 50cm 안에 벽의 외곽선을 그어주었다. 다시 벽체의 두께를 계산해 10cm 안에 벽 내곽선을 표시해주었다.


그린 선 위에 방부 처리된 목재를 올려 토대를 설치한다. 벽체와 너비가 같은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볏짚으로 외단열하는 만큼, 볏짚이 콘크리트 기초와 바로 닿지 않게 토대를 두 줄로 걸고 한쪽 토대에 벽체와 바닥합판을 걸쳤다.


▶ 세트 앵커볼트 설치법 ⓒ그림 : 김재윤


토대용 방부목(Mudsill)은 콘크리트 드릴로 기초에 구멍을 뚫은 후 세트 앵커볼트로 설치했다. 세트 앵커볼트(set anchor bolt)는 캡과 볼트가 한 세트로 되어 있어 볼트에 힘을 가하면 캡이 확장되어 구멍의 내경과 밀착돼 고정되는 방식이다.


세트 앵커볼트 설치 후 기초 콘크리트와 목재가 직접 접촉하지 않게 씰 실러를 깔아 방수에 신경 썼다. 씰 실러(Sill Sealer)는 토대용 방부목을 보호하고 습기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무게도 규모도 감당하기 어려운 콘크리트를 상대하다가 드릴로 구멍을 뚫고 앵커볼트를 박으니 그나마 박고 자르는 일이 손에 익었다고 흥이 난다.


쉬운데 큰 일 한 기분이 드는 벽 골조 배치


설치한 토대 위에 미리 만들어둔 벽 골조를 올렸다. 벽 골조가 가능한 토대와 수직이 되게 여럿이 벽을 받치고 있는 동안 벽 골조 하단부와 토대용 방부목을 나사로 박아 고정한다. 고정할 때엔 토대와 밑깔도리(Bottom Plate)와 벽 위의 윗깔도리(Top Plate)의 끝선을 서로 엇갈려 고정해야 튼튼하다.


▶ 목조건물을 지을 때는 구조재가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작업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늘 방수포를 덮어 주의했다. ⓒ촬영: 정은욱


벽 덮개가 되는 구조용 합판 OSB는 원목을 얇게 오려내 교차방향으로 적층해 만들어 강도가 높지만 그만큼 무거워 벽 골조를 토대 위에 고정한 후 부착했다. 그러고 나니 이미 건물 한 채를 다 지어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벽 골조를 세우는 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도 세우고 나니 존재감이 있어 무언가 번듯하게 만들어진 기분이 들어 으쓱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지붕틀을 올리다


지붕틀 역시 벽 골조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작업장에서 제작 후 건설현장으로 가져와 들어 올리는 방식을 취했다.


지붕틀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작업은 벽 골조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좀 더 까다로웠다. 직각으로 이루어진 벽과 달리 여러 각도를 조합한 지붕틀은 설계도대로 재단해도 막상 조립하면 맞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목재 자체가 휘기도 해 힘으로 밀어 각도를 맞추는 일도 제법 있었다.


▶ 지붕틀이 무거워 벽 골조 위에서 조립할까 싶기도 했지만, 조립 후 올리는 방식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반조립해 올리기로 했다. ⓒ촬영: 오수정 


벽 골조나 지붕틀을 대여섯이 붙어 가까운 작업장에서 건설현장으로 옮기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그 중 제일은 벽 골조 위로 지붕틀을 올리는 장면이다.


옮겨온 지붕틀을 바닥에서 밀어주면 비계 위의 제작자는 이를 잡아당긴다. 비계 위에서 반을 나누어 올린 지붕틀의 중앙부를 고정한 뒤, 벽 위에 임시로 세운 지붕틀을 비계 위에 서 어느 제작자가 받치고 벽 골조에 걸터앉아있던 다른 제작자는 서둘러 지붕틀을 가고정한다.


부속품이 아닌, 꼭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느낌


목조건물을 시공하며 매번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내는 힘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왜일까. 혹 세상사 대부분의 일이 공동의 결과물임에도 불과하고 사실 ‘다 같이 해냈다’고 개개인이 느낄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기 때문은 아닐까.


▶ 지붕 조립 중. 벽 골조를 세운 이후부터는 비계 위에 오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촬영: 오수정


건축을 하면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 아닌, 작더라도 내 힘을 보태는 일이 의미가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절감했다. 지붕틀의 너트를 조이는 작업이 너트를 조일 수 있게 지붕틀을 받쳐 그 무게를 감내해주는 일과 비교해 더 뛰어나거나 소중한 일일 수 없다.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어떻게 바뀌든 같이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어디서나 교체될 수 있는 부속품으로 살아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일이 많은 이즈막, 건축은 이 공동체에서 ‘당신은 우리에게 꼭 같이 있어야하는 존재’라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기도 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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