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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머리 짧은 여자 조재] ‘한남’ 내 동생

 

 

어엿한 ‘한남’으로 성장한 동생은 가족들 중에 자기 혼자만 사회생활을 하는 줄 안다. 동생은 요즘 회사 술자리에 “괜히 무서워서” 여자 사원들은 끼워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애초에 술자리에서 찔릴만한 짓을 하는 남자들이 문제라고 했더니, 누나가 뭘 아냐며 되레 큰 소리다.

 

동생은 나를 보면 늘 한심하다는 투로 말한다. 누나랑은 말이 안 통한다며, 자기 할 말 다 하고 내 입을 막아버린다. 상대가 나를 한심하게 볼 땐 나도 똑같이 상대를 한심하게 봐주는 게 내가 터득한 요령이다. 동생과 이미 많은 대화 시도 끝에 도출해낸 결론이다.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정보를 알려줘 봤자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내가 지난번에 술 마시러 후문 갔다가 역대급 진상을 봤잖아.”

“왜? 어땠는데?”

“키는 150이 조금 넘어 보이는 여잔데, 머리를 모히칸(머리의 좌우를 바싹 깎거나 삭발을 하고 가운데 부분만 기르는 헤어스타일)으로 밀고 꽁지를 묶었더라고. 피어싱도 엄청 많이 하고, 타투도 엄청 하고. 길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욕을 막 하는데… 어휴, 그런 애는 또 처음 봤어.”

 

이야기를 듣다보니 동생이 묘사한 사람의 외모가 꼭 동생 같다. 모히칸 꽁지머리에 타투를 하고, 길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친구들과 욕하는 동생 모습이 그려졌다.

“야, 그거 완전 너 아니냐. 피어싱만 하면 딱 너네!”

나는 일부러 더 크게 과장하며 말했다.

 

“아니, 길에서 엄청 시끄럽게 자기 친구들이랑 욕을 막 하더라니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동생은 그 여자가 시끄럽게 욕하는 것이 싫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냥 젊은 여자가 ‘그 꼴’로, 담배까지 피우며, 욕설을 하는 게 맘에 안 들었던 거겠지. 살면서 길에서 시끄럽게 욕하는 남자를 백 번도 넘게 봤다. 하지만 동생은 한 번도 그들을 진상이라며 지목한 적이 없다.

 

옆에서 엄마가 “완전 미친애네” 라며 대화를 받아주니 동생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어쩜 저렇게 착실하게 ‘한남’으로 커버렸을까.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기사 

▶ 내로남불   ⓒ머리 짧은 여자, 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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