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폭력 속에서 살아가기 고요한 밤 익숙한 폭력의 감각 초등학교 때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매일 밤마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6층이었던 우리 집 위층 아주머니가 남편에게 맞으며 내는 비명이었다. 어느 날에는 낮에도 같은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그 소리가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웠다. 종종 6층, 우리 집에서도 비명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내는 소리였다. 비명이 메아리치던 아파트에서 독립하고, 방음이 되지 않는 자취방에서 2년간 살았던 적이 있다. 2층이었던 그 방에서도 나는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래층 여자가 남자에게 맞는 소리였다. 새벽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자의 절규가 온 몸을 찔렀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신고하는 줄 모르게 하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경찰에 신고했다. 네 달 사이 서른 ..
레인보우 도, 국경을 넘다(4) [구한말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 4세이자, 미국 이주자인 레인보우 도(Rainbow Doe)가 말하는 ‘이주와 여성 그리고 국경’에 관한 이야기가 일다(www.ildaro.com)에 연재 중입니다. 분단된 한국사회에서 ‘국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시야를 넓혀줄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활기를 띠는 ‘한국-멕시코’ 상업과 문화 교류 조선인 1천33명이 멕시코 유카탄에 도착한 지 10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과 멕시코 양국의 문화 교류가 점차 활발해졌고, 이를 통제하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방식 또한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민자 세대가 겪어야 했던 폭력적인 문화 쇼크로 인한 후폭풍이 한인 가족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대를 이어 전염병처럼 번져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