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이는 낳을 수 있겠니?” 장애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말하다 몇 년 전, 사귀고 있던 사람이 불쑥 물었다. “너, 애는 낳을 수 있겠냐? 네 몸으로 애를 낳으려면 뭔가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거 아냐?” 황당한 표정으로 멀뚱히 바라보니, 그 사람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자신은 장남이라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애를 낳을 수 없는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으니 미리 물어보는 거라고 했다. 당시 그 사람과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결혼은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있던 시기라, 내 입장에서는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결국 그와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을 수 있냐’ 라는 것을 진지하게 연애의 전제 조건으로 보는 그 사람의 입..
‘니 속속들이 아픈 그 심정, 내가 잘 안다’ 밀양-청도 할매 할배들의 ‘저항과 연대의 약속’① 밀양, 청도 주민들과 함께 한 72시간의 기록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필자 박이은희 님은 공동 저자이며 여성학을 공부하는 연구자입니다. [편집자 주] 2014년 12월 28일 송전 개시를 이틀 앞둔 12월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선하지에서 할매, 할배들은 송전 저지를 위한 농성에 돌입하였다. 그들은 철탑 접근을 막기 위해 쳐놓은 철망 팬스 밑을 파고 기어들어가 끝내 철탑 밑에 앉았다가 끌려 나왔다. 그들의 숙박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밀양과 청도에서 송전탑 건설에 저항하며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는 할매와 할배, 언니들이 꼬박 72시간 동안 전국 열한 곳 저항의 현장을 찾아가는 순례길..